비룡소의 2012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행복한 두더지(김명석 지음, 비룡소 펴냄)’ 입니다.
판화 기법이라는 독자적인 조형 양식과 탁월한 색채 감각으로
두더지의 세상을 신선하게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이 적혀있네요.
그래서 인지 판화 기법의 투박함을 느낄 수 있었고,
판화와 여러 다양한 칼라를 조화롭게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아요.
왼쪽은 간단한 일러스트와 짤막한 줄글,
오른쪽은 줄글과 일치되는 그림 삽화로 채워 왼쪽 여백의 미도 한껏 느낄 수 있네요.
두더지는 나쁜 시력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어요.
점점 용기를 잃어버린 두더지는 땅속 집으로 숨어버리고,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 갔지요.
가끔 거울 앞에 서서 용기를 내 보았지만 세상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우울한 마음을 떨쳐보기 위해 멋진 집이 나오는 책을 보다가 집을 꾸며보기로 합니다.
욕실도 꾸미고 꽃도 가꾸고, 근사한 거실도 만들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었지요.
어느 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겨울잠 잘 준비를 못한 곰에게는 따뜻한 방을,
집을 잃은 개구리에게는 따뜻한 욕조를,
먹을 식량을 준비 못한 토끼와 구렁이에게는 음식이 차려진 식당으로 안내해줍니다.
두더지는 이들에게 줄 따뜻한 차를 준비하며 마음이 설레였지요.
어느새 손님들은 제집처럼 편안히 잠들어 있었어요.
이들이 있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두더지는 친구들 곁에 다가가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행복한 밤이었어. 모든 것이 꿈일지라도’
마지막 장면 ‘똑똑똑’ … 과연 어떤 동물이 두더지를 찾아왔을지,
두더지의 행복이 꿈이 아닌 실제로 일어나게 되었을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외로움과 그리움에 사무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여기에 나오는 두더지처럼요..
소심한 성격과 신체적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을 일을 찾아내어 망설임없이 집 고치는 일을 했던 두더지.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닌 언제고 찾아올 친구들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친구의 소중함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간다는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약 두더지가 어차피 찾아오는 친구들도 없는 걸.. 하고 포기했다면
따뜻하게 친구를 맞아줄 준비가 되지 않아 친구들은 머물지 못하고 돌아가고 말았겠지요.
그랬다면 두더지는 아무런 꿈도 희망도, 행복도 느끼지 못했을 거에요.
두더지가 느꼈던 행복이 실제였으면 좋았으련만…
‘모든 것이 꿈일지라도 행복했다’는 두더지의 눈물을 보니 안타까움과 긴 여운이 남더군요.
두더지처럼 외롭고 쓸쓸한 친구가 있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모습과
남을 위한 마음의 공간도 늘 넉넉히 준비한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메세지를 발견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