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초콜릿 왈츠
-모리 에토(비룡소)
내가 음악에 관심 갖게 된 건 중학교에 입학하고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들면서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2년 정도 배웠던 바이올린을 다시 잡으며 3년 동안 많은 음악을 듣고 연주했다. 그 때의 경험으로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다. 클래식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내용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내가 가장 상상하기 좋아하는 곡은 슈베르트의 마왕이다. 빠른 리듬, 신비롭고 강렬하기 때문에 여러 면으로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글의 작가 또한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가 생각한 노래에 맞춰 몇 번씩이나 돌려 들으며 소설 속에 깊이 빠져들었다.
교는 여름 방학마다 또래 사촌들과 아키라형의 별장에서 만난다. 어른들이 없는 아이들만의 자유이자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을 1년 동안 꼬박 기다린다. 하지만 별장에서 지내면서 아키라형의 비위를 맞추게 된다. 그래야 다음 방학에도 또 올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잘하는 수영도 시합에서 져주고, 도모아키는 아키라보다 키가 클까봐 새우등을 하고 다니고, 나스는 잘하는 영어발음을 일부러 못하는 척한다.‘아키라 형만 없었으면..’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아키라는 동생들의 생각을 눈치 채고 있었다. 본인의 옹졸함을 사과하고 교는 아키라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이 글을 보며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中 「어린이는 잠잔다」를 들었다. 자신이 가진 좋은 추억을 동생들과 공유하기 위해 매일 들었던 클래식 음악이 동생들한테는 지루함을 가져다주는 자장가였다는 걸 알게 된 아키라 생각이 많이 났다. 잔잔한 느낌을 주는 예쁜 곡.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키라와 닮은 곡 같았다.
불면증이 있던 소년이 피아노실에서 만난 같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는 후지타니의 이야기로 인해 불면증이 고쳐지지만 후지타니의 이야기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고 관계가 어긋나지만 훗날 후지타니의 거짓말을 이야기 자체로 인정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보며 들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中「그녀의 아리아」. 카이저 링크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 작곡된 이 곡은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소년과 그 소년에게 거짓말로 이야기를 만들어 치료해준 후지타니의 따뜻한 마음들이 잘 드러났다. 마냥 느리지도 않고 경쾌한 부분도 섞여 있는 이 곡은 서투른 사랑을 시작하려는 소년과 후지타니의 감정이 드러났다.
일본의 어느 마을에 작지만 모두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기누코 선생님의 피아노 교실에 서양 남자가 찾아온다. 기누코 선생님과 함께 지내면서 피아노 교실의 소문은 안 좋아지고 서양 남자 사티 아저씨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나오와 기미에는 함께 왈츠를 추기도 하고 하루를 거의 같이 보내면서 나이와 관계없이 우정을 쌓는다. 피아노 교실의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사티아저씨와 기누코 선생님의 싸움은 잦아지고 결국 사티아저씨는 기누코 선생님을 떠나고, 아이들의 연주회 날 특별한 인사를 하고 다른 여행지를 찾아 떠났다. 에릭 사티의 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 中「아몬드 초콜릿 왈츠」를 들으며 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연주곡이 없었다. 아쉬웠지만 통통 튀는 밝은 곡이었을거라 생각한다.
피아노 음악을 들으며 보는 책의 느낌은 새로웠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 음악과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