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봐도 모래밖에 없는 길에 서게 되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좀처럼 할 수 없는 경험으로 신기하고 들뜬 마음을 달래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외롭거나
그 반대로 너무 행복하다는 기분에 와락 눈물을 쏟아 놓지는 않을까?
이 넓은 곳에 나 혼자구나…
모래알처럼 작은 나도 이렇게 용케 살아 숨쉬고 있구나….
몽골로 떠나게 된 지아는 마음에 있는 소리를 툭 털어놓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만큼 활발한 아이가 아니다.
매사에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어리광을 부리면서도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친구 미나를 부러워하면서도
선뜻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서툰 아이.
게다가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먹은 것마다 체하고 토하기까지 했으니
마음에 얻은 병은 쉽사리 약으로도 고쳐지지 않는가 보다.
말이 ‘지구살림 원정대’지만 그 곳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엄마하고 떨어져 사는 법을 배우게 되면 정말 엄마랑 헤어졌을 때 아무렇지도 않을까?…
연꽃마을에 있는 ‘맹꽁이 책방’에서 알게 된 ‘지구살림 동아리’ 회원들은
초등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나이도 개성도 저마다 다르지만
지구를 살리기 위한 대책들을 내어 놓기에 바쁘다.
‘동네 생태 환경 사진전’을 여는가 하면 ‘쓰레기에서 건질 수 있는 원리 과학’까지 꼼꼼히 살핀다.
그러다 문득 황사때문에 눈병이 난 쌍둥이들을 보고 황사의 발원지가 되는 몽고의 고비사막을 찾아가
사막화의 심각성을 깨닫기로 하였으니 이른바 <맹꽁이 원정대 몽골로 가다>~~~
‘게르’라는 원주민들의 천막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은 괜실히 마음을 흔들어 놓고
온통 둘러봐도 초록색 뿐인 초원은 끝없이 펼쳐진 세상으로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신 나게 초원을 가르며 달리는 말은 내가 아닌 나를 만나게 해 줄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하고 이상을 배신하는(?!) 터라
잘 달리던 버스는 진창에 빠져 허우적대고
요구르트와 막걸리를 섞어 놓은 듯한 ‘마유주’는 비위를 거스른다.
밤은 몸을 옹송거려야 할만큼 춥고 한낮에는 따가운 햇볕에 목이 탄다.
물이 부족하다 보니 1.8리터짜리 페트병 하나로 온 가족이 세수를 다 해야 할 판이고
마땅히 볼일을 볼 때가 없어 현수막으로 가리고 초원 한가운데서 실례를 해야 한다.
그래도 우리네와 많이 닮았기 때문일까?
몽고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쉽게 마음을 열고 다가와 친구가 된다.
(원나라 때를 생각하면 이쪽에서도 절대 마음을 열 수 없을 것 같은데???)
황사를 막기 위한 식목 행사는 할 수 없었지만 지하 10 미터까지 파들어간 우물을 완성하기 위해
다함께 돌을 줍고 층층히 쌓던 그 때의 값진 경험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철철 나오는 아이들에게 물이란 아껴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물 쓰듯이 한다는 헤픈 개념으로 박혀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땀 흘리는 모습이 어떻게 비춰졌을까?
왜 그 우물을 ‘희망의 샘’이라고 부르는지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몽골 아이들은 열 세살 정도가 되면, 무리를 이끌거나 가정을 돌볼 능력을 인정받는다고 한다.
유목민의 자손으로 급격한 기온 변화와 천재 지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저한 독립과 자립을 훈련받는 아이들…
초등 6학년인 아들을 보며 많은 것들을 가졌으면서도 매양 불만으로 가득차 있는 모습에
당장이라도 몽골로 보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감사와 만족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사막에서 힘겹게 피어난 꽃을 마주 보며 지아가 웃는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고, 버리고 떠난 아빠를 마주할 용기도 아직은 없지만
뜨거운 모래벌판 한가운데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낸 것처럼
나도 용기를 내어볼게…..
며칠 간의 여행으로 어떻게 몽골의 모습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해외 봉사대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들을 주고 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많은 것들을 얻고 배운 사람들은 지구살림 원정대원들이 아니랴.
등에에 물리고도 말이 놀랄까봐 아픈 걸 참았던 것처럼
독초에 다리를 쓸리고도 견딜 수 있는 시간들을 배웠으니 이보다 더 값진 경험이 어디 있을까?
<맹꽁이 원정대 몽골로 가다>를 통해 많은 것을 가졌다고 행복한 게 아님을 깨닫는다.
엄마와 아빠를 다 가져야만, 자상한 아빠를 가져야만 더 행복한 게 아니듯이…
제 속의 폭풍을 다스리는 법을 스스로 찾아낸 지아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몽골 여행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