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11살, 작은아이 7살. 계산해보면 아이를 갖고부터 태교 관련 책을 읽고 띄엄띄엄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으니 어언 10년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고개를 끄덕였고 반성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무디어가는 나를 발견했다. 내겐 꽤 충격적인 책들도 있어서 간혹 최면에 걸려 아이들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약발이 점점 사라져가고 그 약발이 사라져가면 내 눈에 육아서들이 눈에 띄고 또 최면에 걸리기를 반복했다. 태교 관련 책과 공부 관련 책은 물론 여러 육아서들 차근차근 가치육아, 조금 다른 내아이 특별하게 키우기, 하루 10분 대화법,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하루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최근의 엄마학교까지. 참 많이 읽었다. 근데 좀 부끄럽다.. 보통 육아서들이 엄마가 잘 해야 해, 손님대하듯이 아이를 대하라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아이들은 약자이고 나는 강자이며 아이들에 비해 나이도 많으니까. 최근 ‘엄마 학교’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가 심통을 부리면 왜 그런지 생각해보게 되었고 나의 울컥한 감정을 멈추고 생각하기도 했다. 다시 약발이 떨어질 무렵 이 책 ‘엄마 교과서’를 만났다.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정신분석학자인
(리뷰: 육아에 대해 엄마들과 수다떨기 아이의 문제 해결사가 되자 아이와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10분 소중한 시간을 만들 수 있는 ‘아이와 꼭 함께하고 싶은 45가지’ 구구절절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학교’)
프롤로그 중에서
자녀와의 갈등 속에서 비로소 부모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생기고, 그 갈등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간다. 부모교육에는 정답이 없으며, 해답은 부모 스스로 찾을 수 밖에 없으며 여러 가지 길과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부모 자신이 자라온 여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음이 깊으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다른 때는 포스트잇을 붙이면서 읽었는데 이 책은 과감하게 줄을 치면서 읽었다. 왠지 나를 더 돌아볼 수 있을 거 같고 나 혼자 간직하면서 읽고 싶었다. 책 중간 ‘부모를 위하여’에 나오는 구절에 가슴이 먹먹했다. ‘돌아서면 안쓰럽고, 바라보면 화가 난다.’ 이게 바로 내 마음이다. 공연 ‘넌 특별하단다’를 보면서 운 기억이 난다. 그건 정말 내가 특별하다는 말로 들려서인지 아님 같이 간 아이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지 아무튼 난 우는 나를 보는 큰아이를 안아주며 울었다.. 큰아이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크고 나니 이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알겠다면서 (경험자들은 항상 여유 있는 말을 한다) 그저 아이를 잘 바라보라고 그리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기다리면 아이는 배신을 하지 않는다고.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 진행형이라 나는 항상 마음이 조급하다. 지금도 느린 아이가 더 느려지면 어쩌나 싶어서..
(리뷰: 12/18 ‘너는 특별하단다’)
반씩 섞어서 닮으면 좀 좋으련만 자녀 성격은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자녀교육을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이의 타고난 성향이 무엇인지를 먼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느리거나 힘들어하면 같이 앉아서 가급적 빨리 끝내는 것이 좋으니 준비를 도와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한다. 등 공감할 수 있는 많은 구절들이 있지만,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이 2가지 눈에 띄었다. 나의 어린 시절 돌아보기와 아이의 나이 낮추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잘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떤 아이였고 우리 부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써 키워도 채무만 쌓이는 것이 부모 노릇인 것 같다. 난 첫째이자 장녀이다. 동생들과 같이 공부할 때 그저 공부만 했고 착실한 학창시절을 했다. 용돈을 더 달라지도 않았고 뭘 사달라 졸라본 기억이 없다. 아이들이 학원에 가거나 용돈을 모아 영화도 보고 파마를 해도 그냥 웃고 바라만 봤다. 그저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가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줄 알았으니까. 교대에 가고 싶었는데 저금통 담탱이가 서울교대는 써줄 수 없다고 해서 인천교대에 지원을 했고 인천까지 가서 시험을 봤는데 똑 떨어졌다. 그 해 서울보다 인천의 지원이 많았었다고 한다. 아 미운 사람.. 후기는 형편상 엄두도 못 내고 대학교가 아닌 대학에 들어갔다. 내가 첫 단추인데 제대로 못 채운 거 같아 부모님께 동생들에게 참 미안했다. 물론 지금의 위치에서 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교대에 갔었다면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아이가 미울 때 엄마 마음속 아이의 나이를 내려라. 아이가 밉거든 엄마의 마음 속에서 아이의 나리를 내려라. 미운 마음이 없어질 때까지 내려라. 맞다 맞아! 아기를 갖고 아기를 낳고 누워있는 아기에게 난 최선을 다했다. 비록 모유를 제대로 주지 못했지만 시간 맞춰 우유를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시간을 일일이 기록하고 아이가 잠을 자다 뒤척이면 잠에서 번쩍 깨서 아기를 돌아보았는데 걷고 말을 하면서 점점 그 애지중지의 감정이 조금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가니 더 그렇다. 어쩌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을 아이에게 넘겨주고 있지 않나 싶다. 내 아기인데 왜 자꾸 나와 동일시하려는 걸까..
두 아이 모두 내일부터 방학이다. 어머니께 너무 죄송하다. 두 아이의 방학 계획표를 점검하고 숙제를 내주며 스티커 약속을 했다. 현재 큰아이는 스티커 한 개당 50원으로 계산하여 용돈을 주고 있다. 작은아이도 덩달아 스티커를 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물론 작은아이의 용돈은 유치원에서 저축하는 날 보낼 거다. 덕분에 내 삶의 무게를 조금 덜었고 아이의 나이 낮추기를 시작했다. 돌아보면 안쓰럽고 바라보면 화가 나는 그 감정은 내 이기심에서 비롯된 거라는 걸 알았고 이제 그 이기심을 좀 버리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책임감을 아이에게 넘기지 않겠다 다짐한다. 아이가 커도 아이들은 내 아이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