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수첩(아마도 기자수첩이겠죠?) 과 노란 연필(처음엔 칼인줄 알았어요)을 들고 3.1절 이야기 속에서 많이 보던 치마저고리를 입고 있는 여성이 표지그림입니다.
두꺼운 눈썹에 굳게 다문 입술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신 분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이 분이 최은희란 분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신문 여기자라고 합니다.
우리집에 있는 위인전집에 없는 분이고 많은 이들이 잘모르는 분 같아서 새싹인물전 시리즈로 만나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러웠습니다.
처음에 책을 만나고 이름만 달랑 써있는 제목에 당황했더랬습니다. 내가 아는 최은희는 납북되었던 영화배우밖에 없는데 도대체 이 책의 최은희는 무슨 일을 한 최은희 인걸까? 입고있는 한복의 모양새로 봐서 독립운동과 관련있는걸까? 어떤 사람이길래 위인전에 등장하는 걸까?
1904년 황해도에서 부잣집 딸로 태어난 주인공은 당시 시대에 흔하지 않게 생각이 깨인 아버지 덕분에 학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영특하고 뭐든지 열심히 하는 딸을 알아봐주신 아버지. 그 아버지에 그 딸이었던 것이죠.
최은희는 경성여자 고등 보통학교에 다니면서 삼일만세운동에 참가하기도 했고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만세운동을 이끌어나가는 추진력있는 여학생이었습니다. 지인의 병원에서 병원비를 떼어먹은 부자에게 찾아가 돈을 대신 받아줄 만큼 배짱과 용기도 있던, 그시대에 흔하지 않은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요즘말로 알파걸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상이 높고 배짱이 두둑하던 최은희는 조선일보의 여기자가 됩니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한다는 것이 상상하기 어렵던 시절에 참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신문사에서 여기자는 단순히 신문사의 꽃으로 인식되었던 시절에 최은희는 특종도 잡고 변장취재를 하는 등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성의 지위를 높히기 위해서도 열심히 활동했는데 “여학교 교장은 여자로” 운동을 해서 여자들이 여러 정부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고 전재산을 조선일보에 기부하면서 최은희 여기자 상을 만들어 뛰어난 여기자들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는등 여성의 사회진출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시도했습니다.
최은희가 기자로 활동한 것은 8년 정도입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여성의 사회진출이 어려웠고 우리나라가 새롭게 변해 가는 시기에 글로써 많은 여성의 생각을 깨우려고 했고 소외받는 이웃을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좀 더 나은 나라가 되기에 앞장 선 뛰어난 기자였습니다. 더불어 독립운동가이자 여성운동가였고 여러 책을 지필한 문필가로도 활동해서 여러모로 사회에 이바지한 진정한 지식인이었습니다. 여성의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시절에 기자로서 여성으로서 훌륭하고 선구자적인 삶을 살았던 최은희의 인생을 보면서 우리 자녀들이 좀 더 진취적인 앞날을 계획하는 의미있는 방학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