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육아서를 읽었던 것 같다.
힘들 때마다,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 불안할 때마다 책을 찾았고 사실 많은 위안을 얻기도 했다.
육아를 하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 나에겐 책이 큰 힘이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아직 세돌도 채 되지 않은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보니 나에게도 이 세계는 아직 갈 길이 멀고 때론 힘겹다.
먹이고 재우는 일로 하루 24시간을 꼼짝없게 만들던 영아기를 거치고 유아기에 들어서니 아이를 ‘제대로’ 크게 하려면
엄마가 알아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발달 상황을 때에 맞춰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아이를 잡는 일’이 빈번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만나게 된 ‘엄마 교과서’는 지금 내게 아주 시기 적절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육아를 하면서 스스로 꽤 진지하게 알고 싶다 여기고 있는 심리분야를 공부하고 정신분석훈련까지 받으면서 노하우를 책으로 공개한 저자는 세 아이의 엄마다. 세 아이를 키웠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는 것은 아마도 엄마가 아닌 사람이 엄마 얘기를 하면 공감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의 하나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그 하나로도 저자에 대한 친근한 감정이 드는 건 엄마들만 아는 무언의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거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파트는 아이와 부모의 각각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아이의 발달중 보이지 않는 내면에 대한 이야기들이 쉽게 설명되어서 이해하기도 쉽고, 꽤나 자세해서 깊이도 느껴졌다. 많은 육아서에서 나온 이야기들 중에 꽤나 깊게 받아들였던 내용들이 거의 빠짐없이 실려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착한아이증후군, 공감하기, 올바른 훈육 등은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었다.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볼 수도 있었고 부모의 입장과 부모안의 어린 아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육아를 하면서 요즘 고민했던 거의 모든 내용들이 축약되어 있다.
두번째 파트는 아이들의 성장에 대한 시기별 이해를 다루고 있다.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복기로 나눠서 지금 내 아이가 어디에 해당되고 지금 이 행동들이 이런 이유때문이었구나를 느낄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세번째는 성향에 대한 이야기다. 심리학에서 많이 다루는 내용인데, 성향이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한다는 기본 이해속에 다양한 성향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대표적인 성격유형의 예들은 MBTI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개인적으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기에) 아주 관심있게 보기도 했다.
심리와 성향에 대해 이해하면 인간관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이 책은 아이와의 관계에 분명 도움이 될 내용들이다.
요즘 나의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아이 버릇 제대로 잡기인데, 별표까지 치며 줄을 긋게 만든 문장이 있다.
“부모는 유아로 하여금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공격할 수 있도록 해주어햐 한다.” -도널드 W. 위니콧
자녀를 훈육할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무례함이나 공격성을 다루는 것인데 이것을 다룰 때 주의해야할 2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꾸지람을 들을 때 아이는 부모가 나를 미워한다고 느끼는 것
둘째, 아이는 부모가 화내는 방법과 체벌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
이 두가지만 지키면 어떻게 훈육하든 상관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또 참 어렵다. 알기는 하나 현실에서 부모는 많은 인내를 감수해야한다. 저자 또한 그렇게 말하면서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그래도 기준을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을 꼼꼼하게 읽고 아이를 대할 때 상기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육아를 하면서 무언가 몰라서 답답하고 힘들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한 권의 책 안에서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4살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페이지마다 많은 밑줄을 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