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어느 부모가 갖는 마음일겁니다.
그래서 창작 동화 못지 않게 위인전도 일찌감치읽혀주고 그분들의 어린시절을 닮기를
무척이나 간절히 원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위인전’하면 평범하게 사는 우리네와
비교했을때 동떨어진 일화나 업적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그저 이야기로만 그치기 쉬웠는데요,
비룡소의 ‘새싹인물전’은 1학년인 저희 딸아이가 보기에 딱 좋더군요.
일단 한 손으로 들기에 적당하고 표지 그림도 약간 만화같은 느낌이라 아이에게
편하게 다가온듯해요. 일반적으로 위인전은 너무 장엄하고 무게감이 느껴져서 얼른
손이 안가기도했거든요.
초1 운동회때 달걀을 숟가락으로 옮기는 에피소드에서부터 시작하니 아이가 더 흥미를 갖고
쏙 빠져듭니다. 그냥 달걀만 옮기면 떨어뜨리기 쉽지만 흙이랑 같이 댤걀을 담으면
여유있게 달릴 수 있다는 지혜를 보여 준 어린 최은희~ 이 어린 아이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여기자이고, 나중에 최은희 기자상을 만든 멋진 여성으로 자랍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여자이지만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이 앞선 아버지 덕에
공부를 할 수 있었던 행운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백성의 설움을 외면하지 않고
온 몸으로 맞선 용기있고 당찬 소녀였지요. 나라야 어찌됐던 자기 가족, 자기 한 몸 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최은희는 올곧은 아버지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독립만세운동도 줄기차게 이어나가다 열 번이나 일본 순사에게 잡혀갔다니
짐작이 되고도 남네요. 재판을 받으러 가는 딸에게자랑스럽다는듯
“내 딸이 그러면 그렇지. 여자도 공부를 한 덕이야” 했다니 정말 대단한 아버지십니다.
훌륭한 인물 뒤엔 이렇게 훌륭한 부모가 있었음을, 책이나 이야기로 들려주는 위인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운 부모가 참된 모델이 되고
힘든 시기에는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 돼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신문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신문사의 꽃으로 남기를 거부하며 남자 기자들도 꺼리는 현장을
누볐다고 합니다. 특히 권번(기생학교), 홍수피해현장, 아편굴, 빈민굴 등을 취재하며
몸을 사리지 않았는데요, 가난해서 대우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설움을 직접 체험해보고 기사를
쓰기위해 변장도 서슴치 않았다고 하네요. 행랑어멈으로 분장하고 취재한 사진이 있는 걸
보며 정말 이런일이 있었구나하고 아이가 감탄을 합니다^^
‘여자라서 못해’, ‘여자는 그러면 안돼’라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일부
그런 논리를 들이대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만, 우리 딸들에게는 그런 생각 털끝만큼도
심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당당하게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을
거침없이 꿋끗하게 이루어 낸 최은희, 우리 딸들이 이런 여성으로 자라날 수 있게 부모로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인물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