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보여줄려고 하기보다 어른인 제가 볼려고 기대를 하고 받은 책.
비룡소 ‘Zebra 시리즈’.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만한 브루노 무나리.
지난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브루노 무나리’ 전시도 있었지요.
이탈리아 태생으로 피카소가 인정 제2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찬사를 받았던 사람으로,
작품의 영역은 순수회화부터, 편집 디자인, 그림책, 제품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까지 영역도 가리지 않았던 다재다능했던 작가랍니다.
이런 사람이 어린이 책에까지 관심이 있었다는 건 정말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또 어린이를 위한 창조적인 놀이도구라 이름 붙여진 것들, 정형화 되지 않은 파격과 색감까지 제 눈을 사로잡았던 전시였습니다.
아이들이 재미나게 볼 수 있도록 좀 더 재미있게 구성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던 전시기도 했는데요.
그때 전시장 밖에서 그림책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모두 다 사고 싶었는데,한권에 무려 3만원씩이나 해서 발길을 돌렸지요.
그래도 한 권은 살걸 하는 후회를 합니다.
집에 돌아와 검새글 해봤는데, ZOO가 거의 유일하더라구요.
그런 차에 비룡소에서 zebra 시리즈로 “부르노 무나리”가 등장했습니다.
비룡소의 zebra 시리즈는 총 3권.
1. 브루노 무나리 / 까만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 아오이 후버코너 / 하얀 겨울
3. 마르킨 브리현스킥 / 하얀곰 까만 암소
제가 보기에 Zebra 시리즈는 그림책은 어린이만을 위한 전용 책이라는데 울타리에서 벗어나
그림책 자체를 하나의 디자인 아트 개념에서,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감각이 배어나는 소장하고픈 디자인 책인 것 같았습니다.
부르노 무나리의 책을 갖고 싶었는데, 지난 전시에서 비싼 가격에 차마 지갑을 열 수 없었던 저였는데요.
좀 아쉽게도 무나리가 아닌 zebra 3를 받았어요.
하지만 책을 받고 나선, 실망한 제가 작가에게 미안해지더라구요. ^^;;
Zebra 3. 하얀곰 / 까만 암소
이 책은 한 권에 2가지 이야기가 있는 책이에요. 이른 바 2 in 1 book.
해외 아이들 책에서는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국내 책에서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책을 면모를 보시면, (좌) 책의 앞 표지 (우) 책의 뒷면.
앞쪽에서 읽고 이야기가 끝이 나면, 책을 덮어 뒤로부터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그리고 책의 중간에서 2가지의 이야기 종료됩니다.
이야기의 끝은 반드시 뒷면에서 끝난다는 일반적인 상식의 틀을 깬 구성부터 파격이네요.
책을 읽어보면, 하얀 색 종이 위에 까만 점 3개와 까만 선 2 개만으로 시작됩니다.
단지 이것만을 흰 곰이 연상되기 충분하네요.
단순한 흰색과 검은 색만으로 이미지를 형상화시키는 내공.
살짝 선을 구부리기만 했을 뿐인데,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코와 입으로 연결되는 모습은 꼭 등이 없는 바에 있을 법한 의자로도 연상되네요.
또 스토리텔링을 하는 문자 디자인도 마치 타이포그라픽을 연상케,
일반 그림책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글자체, 하단 좌측 구석에 배치시킨 편집 디자인,
중간에 놓인 빨강색 페이지 표시
일반 서술은 작게, 대화체는 크고 굵게!
한 페이지를 4 등분으로 고르게 놓인 배치.
실제 장갑과 그림으로 그린 안경.
실제와 그림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있으면서,
장갑은 세로로, 안경은 가로로 등장시킨 면 분할~
각각의 사물들이 마침내 하나로 합쳐진 일체된 모습.
전체적인 소감
제가 너무 디자인적 측면에서만 본 걸까요~?
흰색, 까만색, 그리고 빨강색의 3가지 색만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
페이지 하나에 배치한 타이포 그래픽의 스토리텔링,
가로와 세로의 면분할로 사물을 배치하면서, 최종적으로는 합체시켜 스토리를 완성하는 방법,
책의 끝은 처음에서 끝이 아니라, 중간에서 끝난다는 것,
등으로 일반 어린이 그림책에서 볼 수 없는 파격을 읽어낼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