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지식 다다익선 47
지느마 아키오 글 스기타 히로미 그림 고향옥 옮김
비룡소 지식다다익선 시리즈는 처음 접해봤다.
지식 다다익선은 다양한 세계의 교양을 재미있는 글과 개성적인 그림으로 전하는 지식 그림책 시리즈로 단순히 많은 양의 지식이 아닌, 아이들이 교과서와 함께 읽을 수 있고 실제 생활과 연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지식을 담고 있단다.교과서에서 짧게 넘어가거나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어 아이의 관심분야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중 47번째 책 다윈의 꿈틀꿈틀지렁이 연구를 봤다.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 조금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다윈의 연구를 따라 직접 지렁이에 대한 연구를 하시게된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었다.
찰스 다윈은 19세기 진화론을 주장한 영국 과학자로 알고 있다.
사실 <종의 기원>이란 책을 썼다는 정도의 짧은 사실 말고는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다윈이 직접 5년간 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관찰하고 그것을 비글호 항해기라는 책으로 남겼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저자는 이 책을 읽고 다윈처럼 전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지도와 함께 비글호의 탐험경로를 보여주고 있어 울 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평범한 사람들은 땅이 움직인다던가 지구 표변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변한다던가 하는거 신경썼을까?
다윈같은 과학자들이나 울 아들 같이 호기심 왕성한 나이때의 아이들에겐 정말 중요한 문제였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그런 호기심 하나로 출발하여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도 하니 엄마의 자세도 바뀌긴 해야겠다는걸 절실히 느꼈다.
저자는 다윈의 <지렁이가 만드는 부식토아 지렁이의 습성 관찰>이라는 1881년에 출간된 책을 접하고
어쩌다 다윈이 지렁이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그 흔적을 조사했다고 한다.
다윈이 처음 지렁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스물여덟, 1881년 책을 내고 이듬해 일흔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지렁이만 40년 넘게 관찰하고 연구한 것이라고 한다.
과학자의 자세…첫번째는 호기심, 두번째는 끈기다.
울 아들도 40년이란 세월을 감을 잡진 못해도 길다는 건 아는지 뜨악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윈이 지렁이에 대해 연구하게 된 것은 웨지우드 삼촌이 제시한 의문에서 시작한듯하다.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돌아와 모험담을 얘기하면서 제시한 가설을 듣고는 지렁이가 목초지를 만들수도 있겠다며
예전에 돌멩이투성이에 흙도 거칠었던 곳이 어느 날 보니 흙이 곱고 촉촉해져 있는데
그것이 지렁이의 흙똥이 쌓여서 그렇게 된 게 아닐까?하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다윈의 하루하루는 매우 규칙적이었다고 한다. 칸트처럼 다윈도 일정한 시간에 산책을 하면서 지렁이 관찰도 매일했단다.
지렁이 해부도 해서 모래주머니에 모래 알갱이들이 맷돌처럼 삼킨 흙을 잘게 부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직접 실험도 해보았다.
지렁이 똥의 이동, 흙속에 살고 있는 지렁이의 마리수에대해서도 실험과 관찰을 하고 지렁이의 똥의 양도 실제로 관찰을 했단다.
이 방법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게다가 지렁이 똥을 모아 주겠다고 나선 사람도 있었다는게 신기했다.
지렁이의 감각과 지능을 관찰하기 위해 지렁이에게 피아노 소리를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집에서 키우고 있는 사슴벌레 애벌레에게 피아노 소리를 들려줘봐야겠다는 아들이다.
이런 실험과 관찰을 하고 책을 낸 다윈도 정말 대단하지만 150년전 연구의 결과를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영국으로가서 확인 작업을 한 저자의 열정도 대단한 것 같다.
다윈이 실험을 위해 뿌린 석회 조각의 행방은 묘연한 채로 끝나서 더 호기심이 발동하는 책…
글밥은 좀 되지만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책이었다.
집에서 사슴벌레 애벌레를 키우는데 사실 별 움직임도 없는 애들을 울 아들,딸과 함께 매일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 재미도 쏠쏠하다.
어떤 날은 흙에 묻혀 보이지도 않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세 마리가 다 조금씩 보일 때도 있는데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다들 아주 반가워한다.
아직 사슴벌레가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지만 점점 지루해 지려던 애벌레 관찰에 좀 더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다.
다윈의 비글호의 항해라는 책을 읽으며 꿈을 키웠던 저자처럼
울 아들도 이 책을 읽으며 좀더 호기심 왕성한 아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래본다.
* 비룡소 출판사 연못지기 11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