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이 먼저 들던 이야기 연오랑과 세오녀가 이렇게 예쁜 그림책으로 다시 나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재미와 지혜를 주는 비룡소 전래동화 시리즈 22번째 책이다. 옛이야기가 대부분 권선징악의 주제로 끝나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은 좀 다르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모두가 행복하게 끝난다.
연오랑과 세오녀의 신비한 꿈, 갑작스런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며 바닷가를 헤메는 모습, 바다를 떠가는 바위, 뜻밖의 만남, 동쪽 섬나라의 왕과 왕비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상상력과 감성이 무한하게 자랄 것이다.
글 전체가 입말로 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읽거나 읽어주기에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양면에 걸친 부드럽고 신비스러운 느낌의 화려한 수채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가 아닌 동양화도 이렇게 어린이 그림책에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동쪽나라 섬나라 사람들의 왕과 왕비가 되어 고기 잡는 법과 베 짜는 법을 가르치며 행복하게 살았던 연오랑과 세오녀 이야기는 신라의 우수한 문물과 기술을 일본에 전파한 우리 조상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옛이야기의 즐거움과 역사적 사실의 이해가 어울린, 아이들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유아나 저학년들에게는 간단한 줄거리 정도를 들려주고 함께 그림을 감상해도 좋겠고, 중학년 이상이라면 삼국시대 역사와 관련지어 읽게 하면 우리나라 고대사를 좀 더 쉽게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포항 호미곶에서 해마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추모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니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더욱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