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가 두렵지? 예전엔 어둠이 무서웠다.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무서웠는데, 좀 커가니 어둠보다는 어둠 속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더 무서워졌다. 특히 성범죄자들의 사고소식이 제일 무섭다. 어떻게 자기가 알던
동네 꼬마를 이불 채 통째로 납치할 수가 있을까? 그들에겐 화학적 거세도 사치스럽고 전자 발찌도
마찬가지고 그냥 잡아다 가둬놓고 굶겨야 한다. 이 말이 심하다 하겠지만 딸을 가진 나의 마음은
그렇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죄를 미워하라는 말이 있지만 다른 일도 아니고 아이와 관계된 일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예전에 ‘세븐데이즈’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놈 목소리’도 그렇고 최근의 ‘이웃사람’도 내겐 같은 영화로 보여서 지나치고 있다. 그저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사건 이길 바라면서..
다시 나의 두려움으로 돌아와서 아이가
커가면서 사회의 그런 물리적인 것도 두렵지만 아이들에 대한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게 더 두렵다. 내가
무관심해지고 제대로 부모 노릇을 못할까 그게 제일 두렵다. 아이가 어릴 때는 뭘 해도 다 기쁨인데
아이가 커갈수록 기대치도 커가면서 내 만족도가 낮아짐을 두려워하고 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이 좋아진다. 큰아이가 말이 없다 생각했는데 그건
내가 말을 안 시켜서 내 말만해서 그런 거고 슬쩍 한마디를 던지면 어느새 아이가 마음을 열고 종알종알 떠들어댄다.
그렇구나, 아이가 11살이 되어서야 그걸
깨닫다니.. 아이와 등교할 때 손을 꼭 잡고 오늘 어떤 일을 할 건지 친구들과 어떤지 물어보면 웃으며
혹은 찡그리며 재잘거리는 아이의 모습이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한다. 내가 좋아서 투정부리는
아이를 이젠 받아들일 수 있다. 엉덩이 팡팡 두드려주고 즐겁게 보내라고 인사하면 내가 안 볼 때 살짝
웃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게 큰아이의 모습임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공포의 학교’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때 학교에서 벌어지는 공포이야기 인줄 알고 영화 ‘여고괴담’을 떠올렸다.
어느 학교나 엉뚱한 괴담이 도는데 그 영화들은 좋게 말하면 해코지 나쁘게 말하면 자신의 한을 푸는 과정들이 섬뜩하다. 1편
색이 많아져 2편 이후로는 보지 않았는데, 이 책은 초등
고학년 책이기에 그런 공포는 아니겠지만 어떤 일들이 벌어지나 궁금했다.
교장인 윌링턴 부인에 대한 충성심과 악명
높은 학교의 변호사 먼초서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밀이 유지되는 아는 사람만 아는 ‘공포의 학교’ 합격통지서를 시작으로, 내용 전개를
28장으로 구분하여 ‘모든 사람은 무엇인가를 두려워한다’
며 28가지의 공포를 알려준다. 벌레, 죽음, 물,
폐쇄공포증, 학교 가기, 못생김, 채소, 고양이,
개, 벌 받기, 공포증을 두려워하는
공포증 등을 소개하며 공포의 학교로 들어갈 네 아이가 나온다.
거미와 온갖 벌레를 미칠 듯이 두려워하여
항상 머리에 베일을 쓰고 살충제를 마치 총처럼 차고 다니며 수시로 뿌려대는 매들린.
원래 걱정이 태산인데 할머니의 죽음 이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식구들이 살아있는지 매시간 체크하는 일곱 남매의 막내 테오.
엄격하고 사랑이 부족한 부모와 사는 좁은
장소인 엘리베이터를 무서워하는 반항아 룰루.
야구,
축구, 농구 등 운동에 강하지만 물 특히 호수,
수영장, 바다처럼 엄청난 양의 물을 무서워하는,
상상만 해도 식은땀에 흠뻑 젖는 개리슨.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원에 있는 공포의
학교. 60미터 높이의 화강암 절벽 위에 있는 학교까지 가는 길은 험난하고 아이들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들을 만날까 또다시 두려워한다.
평범해 보이는 보안관이 학교까지 무사히
데려주지만, 그 학교에는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는 학교의 관리인이자 요리사, 교장의 비서인 슈미트 그리고 마치 공주병에 걸린 듯 미인대회 사진을 걸고 부풀린 머리와 진한 화장을 하고
나타난 교장 윌링턴 부인을 만난다. 미의 여왕의 자세를 유지하고 이상한 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 복도에
있는 독특한 셀 수 없이 많은 문을 가진 방들. 육 주 동안 아이들에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모두 축하한다. 공포의 학교를 잘 마쳤구나. 그것도 우수한 성적으로. 우리는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짐작한대로 아이들은 자신의 공포를 훌륭하게
극복한다. 그 과정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아니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어쩌면 인생은 끊임없이 공포에 도전하는 과정일지로 모른다.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다!
오늘의 한마디 ? 삐뚤빼뚤 배멀미 땡! 비뚤배뚤 뱃멀미
딩동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