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인간이란 존재에 지쳤고,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에도, 인간과 어울리는 것에도 지쳤다. 눈물겹게 식물이 부럽다.“
사춘기를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수많은 소년과 소녀들은 한 번쯤 염세적 생각을 한다. 때때로 그것의 원인이 없을 수도, 있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1999년,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는 것에 대한 설렘과 이면으로 느껴지는 허무감. 거기에 더해지는, 대예언가라고 전해지는,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대예언에 대한 공포.
이에 대해 누구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사기일 뿐이다, 라고 말하지만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당장 눈앞에 시험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종말이 온다는데 공부는 해서 뭐해.
책의 인물들 역시 이러한 청소년이다. 이러한 염세적 사고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일어난 친구와의 갈등, 죄책감. 그러나 확연히 다른 안식처를 찾는, 리리와 사쿠라.
너무나도 순수해서, 청소년기의 감성을 지닌 성인. 종말의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자, 사토루.
종말보다 친구들의 갈등을 해결하고 싶은, 또 하나의 청소년, 나오즈미.
이 넷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넷은, 과연 청소년들이, 염세적 사고에 빠진, 혹은 크나큰 문제를 품은 청소년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과정은 다르지만, 어찌 보면 보편적일 수 있는 이 상황에서, 무작정 피하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려 몸을 던질 것인가.
이 넷이 앓던 문제의 해결은, 작품의 제목과 같은, ‘달의 배’를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작품은 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괴로워도, 나아질 거다. 인류를 구원할 달의 배는 결국 우리의 마음에 있다.
미국에서, 게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던 한 청소년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It gets better’ 캠페인이 벌어졌다.
너무나 힘들거나 괴로울 때 기억하자. It gets better. 그리고 인류를 구원할 달의 배를 생각하자.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