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새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 신비하고 고귀한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볼이 붉은 거인은 생명열매를 가꾸는 일은 하고 일이 끝나면
자신이 만든과자를 먹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잠깐의 방심으로 아직 익지 않은
생명열매 세 개가 떨어진거에요. 온전히 익었을때 떨어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거인은 잠도 못잡니다…
생명열매에 영혼을 품어서 생명씨앗이 되게 하는 일은 하느님께서 하신다네요.
덜익은 생명열매를 잘 익은 생명열매와 섞어 놓았느니
거인의 맘이 편할리가 없지요.
다리가 자라지 않는 아이, 혀가 짧은 카멜레온, 울지못하는 카멜레온.
결국 가엾는 세 생명이 태어났고 그 영혼들이 고통으로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아픔을 겪을 텐데, 하느님은 울부짖고 마침내 거인을 땅으로 내쫓습니다.
“가거라! 가서 제대로 여물지 못한 생명들을 보살펴라!
그 생명들이 진정으로 행복할때까지 네 목숨을 걸고 지켜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영원히 지옥불에 처 넣으리라!”
하늘나라에서는 거인이었지만 땅으로 내려와서는 키가 작은 빨간조끼 아저씨에요.
세 생명을 찾기 위해,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자신이 할 만한 일을 찾네요.
사람이 우선이라며 차가 한복판으로 달리면 안된다고 하고,
유치원 버스 기사를 하면서 아이들은 실컷 놀아야 한다며 유치원이 아닌
공원으로 데려갑니다. 또 새를 파는 가게에서는 새를 새장에서 내보내기도 합니다.
땅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었는데 하늘나라 거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우린 그동안 틀에 갇혀서 넘 바쁘고 삭막하게 살았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빨간조끼 아저씨는 그런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히며 자신이 할 일을 드디어 찾는데요,
바로 하늘나라에서 했었던 과자를 굽는 일이랍니다!!
빨간조끼 아저씨는 여전히 세 생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세 생명을 만나
함께 과자를 굽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다리가 자라지 않은 아이, 혀가 짧는 카멜레온,
울지 못하는 딱따구리는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 때문에 빨간조끼 아저씨의 호의를
뿌리치려 하네요. 왜 아니겠습니다? 지금까지 장애로 인해 쓸모 없는 몸이라는 취급을
받았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기에 더 가슴아프고 맘이 무거웠네요.
그렇다고 빨간조끼 아저씨는 그들을 무조건 돕고 동정하지는 않더군요.
서커스나 동물원에 팔려갈거라는 불안감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게 과자를 구울때
도움을 청하며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딱따구리 부리로 계란을 깨고, 카멜레온은 꼬리에 거품기를 달아 힘차게 흔들고,
다리가 자라지 않는 아이는 두 팔로 밀가루 반죽을 치댑니다.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아무것도 못하는게 아니라는 것,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빨간조끼 아저씨는 열어주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니 독자로서 맘이 가벼워집니다.
장애우들이 생산했다는 과자, 화장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늘나라 거인의 실수로 장애를 지닌 채 세상에 온 그들이 장애 때문에 맘에 상처를
받지 않고, 지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