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우리에게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시리즈 블루픽션 61 | 이옥수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20일 | 정가 12,000원
수상/추천 2013 서울 관악의 책 외 8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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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엄마가 주는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폭력을 이기지 못해 엄마를 살해하고 8개월을 방치한 고등학생이 저지른 범죄가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현 입시제도, 경쟁사회구조에 따른 엄마의 과열된 욕심으로 인한 폭력이 폭력을 낳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예전에 우연히 보게 된 조사에 따르면, 맞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의 수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소통하는 법 대신 폭력을 행사하는 법을 배운 탓일 게다. 현 우리 사회는 다양한 청소년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왕따, 학원폭력,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살해와 성매매까지…청소년들에 의해 행해지는 이런 범죄들이 증가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의 부재탓이다. 대화가 아닌 강압적인 훈육, 사랑의 매를 위장한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의 폭력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아이, 그것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 아이의 이야기를 여기 <<개 같은 날은 없다>>에서 볼 수 있다. 가족의 폭력은 한 집안의 일로 치부되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에, 아이들은 더 큰 상처로 곪아가고 있다. 이제 그 아픔을 드러내고 어루만져 줄 때가 된 것 같다.

 

<<개 같은 날은 없다>>는 가족폭력, 아픔과 상처 그리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어두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암울하지 않게 진행되는 저자의 필력에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이름을 다시금 기억해보곤 했다.

이 책은 고등학생 남강민과 스물셋의 지역 정보 신문 전화상담사인 최미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복적인 구조로 진행되는데, 상처뿐인 두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공유해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녀석이 죽었다! (본문 7p)

첫 줄부터 먼가 심상치않다. 자신에게 덤비는 찡코를 죽여버린 강민,

포식증에 걸려 자신을 원망하던 차에 외삼촌의 권유로 삼촌의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 미나,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나흘 전, 강민이 강아지 찡코를 학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였다. 옆집에 사는 강민이 찡코를 학대할 때마다 미나는 우연히 그 사실을 목격하게 되고, 강민이 숨기고 싶어하는 아버지와 형 강수의 폭력까지 목격하게 된다.

아버지와 형의 폭력 속에서 피해있던 강민은 그 분노를 찡코에게 풀고 있었던 것인데, 미나는 외삼촌의 권유와 폭식증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다니게 된 오 정신과 의원에서 결국 강민의 폭력에 의해 찡코가 죽었음을 알게 되고, 찡코의 사진을 통해 강아지와 교감을 하게 된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찡코의 마음을 미나는 강민에게 전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미나는 자신이 ‘선택적 기억 상실증’에 의해서 잊고 있었던 강아지 머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아토피로 고생중인 강민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편애를 받았고,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탓에 아버지가 없을 때 형은 강민을 돌봐야했다. 그 과정 속에 아버지는 형에게 폭력을 행사했으며, 형은 아버지에게 맞은 분노를 고스란히 강민에게 폭력으로 풀었다. 한편 미나는 친구를 잘 못 사귄 오빠가 휘두른 폭력과 그런 자신을 돌봐주지 않았던 엄마에 대한 원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오 원장은 여기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내 생각에는 부모님과 오빠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아야 상처가 좀 치유될 것 같은데.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오빠를 미워만 하지 말고 이해하려고도 해 보고. 어쨌든 가장 좋은 방법은 만나서 서로 이야기하는 거야….이때껏 그 일에 대해서 기억을 잊고 살다가 다시 찾았으니까 오래 두면 둘수록 점점 상처가 커져요. 용기를 내 봐요. 미나 씨 자신을 위해서 아니, 미나 씨의 결단이 필요해요. 가족이잖아요.” (본문 224,225p)

 

강민의 아버지는 오 원장의 권유로 상담을 받게 되고, 강민은 형의 마음을 그리고 형은 강민의 상처를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다. 강민이네 가족을 보면서 미나 역시 소통하려는 용기를 갖게 된다. 가족의 폭력으로 인해 골이 깊어진 만큼 그들이 치유하는 시간도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민 아버지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쳐보겠다는 용기있는 결단이 큰 힘이 되고 있기에, 이들의 상처를 쉽게 아물 것이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 중 상당수는 가족의 관계에서 비롯된 부분들이 많다.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들의 문제를 충분히 고쳐나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그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거나 아이들의 문제점을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상처는 점점 더 곪게된다.

가족은 가장 포근하고 편안해야 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가족내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는 소통의 부재로 오는 갈등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책은 강민과 미나를 통해서 소통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나는 보았어요. 강수의 주먹 쥔 두 손이 심하게 떨리는 것과 강민 아빠의 넋이 나간 모습, 강수의 굵은 눈물방울! 나는 그때 문득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가 생각났어요. 아, 저게 가족이구나! 내가 이런 일을 당하면 우리 가족도 저럴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싸우고도 심장을 찢어 내듯 아파하는 그 모습을 무어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었어요. (본문 187p)

 

<<개 같은 날은 없다>>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사춘기 딸을 두고 있는 탓에 성장 소설에 관심을 두고 딸과의 벽을 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다 아이와 삐걱거리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이 책이 주는 감동은 더없이 뭉클하게 한다. 강민 아버지의 노력, 아직은 어색하지만 희망이 보여지는 형제의 모습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나는 어떤 소재이든 해피엔딩을 사랑한다. 그 해피엔딩에서 그리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는 것이 즐겁다. 어느 가족이든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을 게다. 그 매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가족은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간다.

이 작품은 소통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통해서 소통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켜주었고, 강민이네 가족의 변화를 통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잔잔함 속에 우리 가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눈물 글썽이는 따뜻한 감동을 전해주는 <<개 같은 날은 없다>>가 주는 희망이 너무도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