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존심 내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자존심 상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삐지기도 하고, 체면이 구겨진다고 생각한다. 자존심은 스스로가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해준다. 그러나 지나치면 자만해질 수 있다. 자존심 지키려다 오히려 더 소중한 것을 잃는 경우가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어리석다 생각했다. 그러나 나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 또한 자존심을 위해 더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뻐기기 위해 자존심을 지킨다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존심은 나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자존심을 내세우다 도리어 당한 아이를 보았다. 5학년 때였다. 그 아이는 자신이 수학 영재라며 자존심을 내세웠다.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너무 지나쳐서 다른 아이들의 눈총을 받게 되었다. 나도 아이를 싫어했다. 아이는 키도 작고 덧니가 나있어서 마치 생쥐같이 생겼다. 그러던 중 다시 영재 모집을 하였다. 그런데 아이가 영재에 떨어졌다. 나를 비롯해 다른 친구들이 아이가 영재에서 떨어졌다고 아이를 놀렸다. 그 후로 영재라고 뽐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자존심을 내세우며 다녔다. 마치 책 중에 놀란 같이 말이다. 놀란과 아이 모두 얄미웠다.
빅 네이트가 다니는 학교인 ‘제38공립학교’는 항상 제퍼슨 중학교에게 진다. 제퍼슨 중학교는 ‘제38공립학고’보다 운동이면 운동, 악기면 악기, 수학까지 모든 면에서 잘했다. 모든 대회에서 제퍼슨 중학교가 이겼다. 심지어 빅 네이트의 학교가 제퍼슨 중학교를 이긴 게 7년 전 일이다. 그러기에 자존심을 걸고 빅 네이트, 크랜시스, 채드, 디디는 제퍼슨 중학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나도 5학년 때 친구와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해본 적이 있다. 시험 점수를 가지고 말이다. 내 기억으로는 친구가 나보다 점수가 조금 낮았다. 친구는 매우 자존심 상했다. 그 때는 왠지 모르게 친구가 나를 견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친구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 지내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아니었나 보다.
빅 네이트와 세 친구들은 제퍼슨 중학교와 ‘눈 조각상 한판 대결’을 하였다. 나는 네이트가 그대로 제퍼슨 중학교에게 깨지는 줄 알았다. 제퍼슨 중학교가 너무 예술적으로 조각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의 실제와 다름없어 보였다. 역시 제퍼슨 중학교 학생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퍼슨 중학교에는 아킬레우스의 발꿈치, 즉 약점이 있었다. 바로 창의력이 부족하다. 네이트는 창의력을 무기로 ‘아킬레우스, 정통으로 맞다!’라는 조각상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만화 그리기 대회에서도 네이트와 친구들이 이겼다. 네이트와 디디가 함께 만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제38공립학교’가 이겨서 통쾌했다. 자존심만 내세우던 놀란은 네이트에게 당하고 만다.
자존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제가 생겨도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있다. 잘 안 되는 일이 있다면 자존심 걸고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그래도 잘 안된다면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 사람은 저마다 아킬레스건이 있는 법이다. 나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사회를 통 못한다. 사회책에 나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사회라는 말만 들어도 어질어질하다. 그런데도 엄마와 동생에게 사회 시험을 잘 보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반드시 시험을 잘 봐야 하는데… 이건 자존심 문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