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먼저 이 글을 읽을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입니까? 라고 묻고싶다. 사람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나같은 경우는,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 작가와 그 책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읽은 독자의 공감대 형성 말이다.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면, 누가 그 책에 흥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끼겠는가?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아프리카 르완다의 후투족과 투치족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했을까? 하고 궁금해할 수 있다. 공감대 형성은 그리 어려운것이 아니다, 매우 쉬운것이다. 마치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 두 남녀가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찾아내어 사소한 것 까지도 자신과 연결시킬 때 더 가까워진것 같고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나와 연결시켜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친숙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앞부분에 보면, 주인공 데데가 동생 테야와 경쟁하는 부분이 나온다. 나는 그 부분에서 격한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딱 2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언니와 동생의 경쟁사회는 정말 유치하고 조그마한것까지 자존심을 지키려 하며 언니와 동생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만큼 살벌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데데와 테야처럼 나도 항상 동생에게 언니니깐 나만 혼나고, 내가 먼저 양보하고, 내가 희생했는데 정말 이세상에 모든 언니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아무튼 이 책은 이 사소한 공감하나로 작가와 ‘오래전 부터 알던 사이’가 된 기분으로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의 앞부분은 거의 데데의 가족 이야기로 전개된다. 정말 화목한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말이다. 하지만 어느날 데데, 즉 잔이 말라리야로 고생해 겨우 나은 날, 르완다의 대통령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해서 대통령과 그 비행기에 타고 있던 르완다 정치인들까지 모두 죽게된다. 그 일로 전쟁의 기미가 보이는 듯 싶더니 얼마 되지 않아 후투족이 갑자기 광적인 집단들에 내몰려 이웃에 살던 튀족을 살해했다. 정말 민족 대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투치족인 잔의 가족들이 살고있는 곳까지도 피란민들이 몰려오고, 결국은 잔의 가족들과 이웃들 모두 젊은 청년들과 민병대에게 모두 죽고만다. 간신히 수류탄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온 잔은 아빠와 오빠, 그리고 샹탈 자매를 만나 도망치지만, 그 과정에서 아빠와 오빠가 죽고만다. 그 모든 사람들 중에 살아남은 세명, 샹탈 자매와 잔은 이웃 여자였던 후투족 마리아를 만나서 마리아의 집에 가게 된다. 비록 투치족인 걸 아는 몇 사람때문에 가는 길 내내 고초를 겪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힘을 내 자자마을에 도착한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반군, 즉 투치족들이 몰려오고 신변의 위협을 느낀 마리아의 오빠가 투치족인 잔과 샹탈 자매를 죽이려 한다는 걸 알고 도망치게된다. 다행이 반군인 여군 콩솔레를 만나게고, 반군의 보호아래 무사히 지내던 중 마침내 전쟁이 반군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게 된 잔은 우연히 알고 지냈던 임마쿨레를 만나고 용기를 얻어 독일에 살던 자신의 이모를 찾아 비행기로 떠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잔의 용기와 똑똑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린아이가 정말 가족의 죽음을 다 지켜보았으면서도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은 가히 높히 살만했다. 수많은 위기속에서도 상황을 잘 판단한 잔은 정말 위대한 소녀였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잔이었다면, 사랑하던 가족이 끔찍하게 죽은걸 보았다면, 살고싶다는 의욕조차 없어졌을것이다. 요즘 인터넷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성폭행이나 살인 등 범죄 기사가 뜨고, 하루라도 발뻗고 편히 잘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종말이라는 단어가 어울릴만큼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이것이다. 아무리 험악하고 위험한 세상에서도 아직 희망과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라 믿는다. 잔이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사랑을 가진 사람들을 믿고 포기하지 않았을 때 그 끔찍하고 잔인한 민족 대학살 중에서도 잔에게 생존이라는 단어가 얻어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믿을 사람하나 없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이 어두운 세상에, 마치 빛 한줄기 안보이는 끝이 없는 길을 달려가고있는 지금 이시점에, 우리 모두 희망과 사랑, 두 단어를 믿고 끝까지 달려가보자. 그러면 빛이 환하게 비치는 출구가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