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이혼하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엄마에게 새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게다가 엄마의 남자 친구가 ‘골통 보수주의자’에 느물느물하고 징그럽다 못해 잔소리까지 늘어 놓는 사람이라면 보자마자 정나미가 뚝! 떨어질 것이다.
치마 입은 엄마의 다리를 훔쳐 보며 개구리처럼 눈이 커지는 ‘왕눈이 아저씨’가 왜 하필이면 엄마의 애인이냐고!!!
‘키티’는 ‘왕눈이 아저씨’의 일거수일투족이 너무너무 싫다.
적은 머리숱에 뚱뚱한 것도 싫은데 나이가 무려 쉰 살!
더군다나 지구의 미래가 달린 ‘핵 문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속물처럼 주식 기사나 읽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혼 후 잘 웃지도 않던 엄마와 동생 ‘주드’, 고양이 ‘플로스’까지 ‘제럴드’라고 불리는 ‘왕눈이 아저씨’에게 마음을 빼앗겨 정신을 못 차린다.
제 집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들락거리는 ‘왕눈이 괴물’을 어떻게 하면 쫓아낼 수 있는 거야!!!
엄마의 옛 남자 친구 이름 들먹이기.
‘루피 선생님’이 내준 수필 숙제에 ‘내가 싫어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왕눈이 아저씨 심사 긁기.
절대로 눈 맞추지 않기.
있어도 없는 척 무시하기…
소심한 복수를 하는 ‘키티’를 보며 어릴 때 내 모습이 떠올라 잠시….. 정지한 듯 멍하니 책을 들고 있었다. 친정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후 엄마에게 낯선 아저씨가 찾아 올 때마다 얼마나 도망치고 싶었는지… 엄마가 너무 미워서, 엄마를 빼앗아 가버린 그 사람이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서 꿈에서조차 악악거리던 시간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키티처럼, 나처럼, ‘헬렌’에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혼한 엄마에게 생긴 남자 친구는 일명 ‘두꺼비신발 아저씨’!
얌전하고 착한 ‘헬렌’은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눈물, 콧물을 흘리고 루피 선생님은 키티에게 헬렌을 부탁한다.
오전내 키티와 헬렌이 분실물 보관 벽장에 갇혀서 나눈 이야기 속 주인공이 궁금하다면???
재미없고 따분한 아저씨가 키티와 주드, 엄마가 참여한다는 이유로 반핵 시위에 따라 나선다. 하지만 모임에 온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시위 도중에 돌발 행동을 벌여 경찰에 연행된 엄마와 한바탕 싸움까지 벌였으니 분위기 한 번 살벌하다. 아저씨의 눈에 비친 엄마는 무책임하고 충동적인 사람이었으니…
우둔한 정치인과 전쟁광 장군들의 끔찍한 국방 정책에는 관심도 없이 이자율이나 주식 시세나 살피는 당신이 더 무책임해요!
부부가 살다가 이혼하는 것만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게 또 있을까?
엄마와 아빠를 동시에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아이들과 친아빠라면, 친엄마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많은 것들이 생채기를 내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키티는 고리타분하고 빡빡한 골통 아저씨가 보기보다 책임감 있고 한결 같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재판장에 선 엄마를 찾아가 엄마가 왜 반핵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지켜보며 집에 남겨진 우리를 위해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먹일 만큼 마음이 따뜻하다는 사실도.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는 마음에 안 드는 엄마의 남자 친구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성장기 소녀 ‘키티’를 통해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원작자로 알려진 ‘앤 파인’은 재치있는 입담과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위트 넘치는 문장 속에 절대 놓쳐서는 안될 사회적 현안까지 담아내는 솜씨가 놀라울밖에.
‘가족이란 비단 혈연 관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확인하며 가깝다는 이유로 더 많이 상처주고 아프게 하는 가족들에게 오늘 저녁 따뜻한 밥상으로 미안함을 대신 할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