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 는 사춘기 소녀 키티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친구 헬렌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여 솔직하고 재미있으면서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다.
오래 전 ‘미세스 다웃파아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혼한 아빠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가정부로 변장해 아이들과의 사랑을 유쾌하게 이끌어낸 영화로 기억된다. 영국 작가 앤 파인의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 가정 문제에 있어 대화가 단절되고, 이혼하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데, 가정의 심각한 문제들을 명쾌하게 풀어낸 책이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라는 생각이 든다.
키티는 엄마의 남자친구 제럴드를 싫어했다. 뚱뚱하고, 나이 들고 전혀 달갑지 않은 잔소리쟁이 아저씨가 나타나 엄마와 동생 주디 사이에 끼여 평화로운 가족 분위기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내 생활 주변에서 떠나지 않고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 한다면 얼마나 화가 나고 짜증이 날까?
작가는 사춘기 예민한 소녀의 심경을 아주 섬세하게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다가 핵 반대 모임에 나가 반핵 운동을 펼치는 이유와 그 깊은 속 뜻을 알고 가까운 사이가 된다.
키티는 왕눈이 아저씨를 싫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를 ” 아저씨가 나나 엄마랑 너무 다르고, 너무나 다른 것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는 다르다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아갈 때가 너무도 많다. 나와 다르면 일단 경계를 하고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 키티도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러다가 편견을 깨고 다시 그 사람의 진면목을 봤을 때 다시 보여지고 정말 내가 잘못 보았구나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키티 역시 제럴드 아저씨의 믿음직한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하니까 징그러운 왕눈이라고 하던 것을 착실하고 변함없는 아저씨로 다시 보게 된다.
누군가에게 익숙해 진다는 것은 그 사람이 편하고 알게 모르게 내 마음에 들어와 나에게 변화를 주는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마음 속에 잔잔한 물결같이 살포시 들어와 미소짓게 하는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는 ‘가족’이라는 정의를 또다른 각도에서 부각하는 것 같다. 또한 무거운 핵에 관한 문제도 심각하게 다루지 않으면서 세계 평화와 핵의 위험성을 독자들에게 동시에 알려주는 것 같다.
상체는 보이지 않고 등을 대고 서 있는 겉표지는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책의 뒷표지에는 이 책의 수상목록과 서평이 몇 중 기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