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이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밝고 가볍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도 장난스럽게 끝을 내면서 다루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한지 꽤 됬다. 그리고 엄마는 수심에 잠겨 나랑 동생 주드를 살피지않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치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화장도 정성스레 하는 엄마를 볼 수 있었다. 엄마는 매일 저녁 전화통화를 하거나 영화를 보러 나갔고 행복한 미소가 엄마곁을 떠나지않았다. 예상했던대로 엄마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그것도 50대정도 되어 보이는 늙으수레한 아저씨로. 주인공은 이 아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왕눈이 아저씨라고 별명을 지으며 속으로 험담을 하고 미원한다. 게다가 자신과 항상 반대되는 듯한 사고방식에다가 나이가 드셔서 인지 변하지 않는 고집불통으로 자신이 원하는 데로 항상 끌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또 주장이 꼿꼿하고 강한 엄마가 칭찬에 약하다는 걸 알아서 항상 엄마를 부드러운 말로 설득해버린다. 예를 들어 키티, 그러니까 주인공이 채소밭에서 감자를 캐왔을 때도 엄마가 키티에게 수고비를 주는걸 보고 당신이 땅과 도구, 씨앗까지 모두 사주었는데도 왜 돈을 주냐며 구슬려 설득시키는 바람에 결국 키티는 감자를 무상으로 캐오게 생겼다. 게다가 핵을 무진장 반대하는 키티와 키티엄마의 확고한 주장에도 항상 핵은 우리를 지켜주는 방어막이라고 누누히 말하는 저 고집불통 대머리 왕눈이 아저씨.

그런데 막상 왕눈이 아저씨와 엄마가 싸워 헤어지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자꾸만 든다. 아저씨의 빈자리가 아빠의 빈자리와 같게 느껴진다. 주드는 암울하게 지낸다. 엄마도 그렇다. 그리고 키티는 자기에게도 왕눈이 아저씨가 너무나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얼마후 있을 엄마의 재판장에 어김없이 왕눈이 아저씨는 온다. 항상 뒤에서 지켜보고 항상 그랬듯이 그리고 그래올 것이 뻔한 그 분명한 행동들. 늙어서인지 늘 하던 그대로를 유지하는 아저씨. 그런 아저씨가 키티는 너무 고맙다. 그리고 가족으로 인정하게 된다.

어린 키티는 같은 반 헬렌이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왕눈이 아저씨 이야기를 들려준다. 헬렌은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마지막 장에서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용감하게 일어선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누던 창고안을 타박타박 걸어 나간다. 헬렌은 이제 제 2의 왕눈이 아저씨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 결말이다.

얼마나 행복한 결말인지. 솔직히 나는 이혼이라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선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이혼을 하면 당사자들도 힘들고 당사자들 뿐만이 아니라 그 자녀들도 휴유증으로 인해 정신적 심리적 압박과 시달림에 고통받겠지만, 재혼의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게되면 엄마,아빠도 다시 행복해 질 수 있고, 처음엔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원래의 아빠, 원래의 엄마보다 훨씬 더 잘해줄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될수 있는 새로운 배우자를 맞이한다면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고 간당간당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나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키티도 왕눈이 아저씨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왕눈이 아저씨를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원래아빠보다,  엄마와 매일같이 싸우던 아빠보다 부드러운 말로 엄마를 설득하는 아저씨 아빠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는 이혼과 재혼, 사춘기 소녀의 갈등, 핵문제와 민주시위등 자칫 무거운 주제들을 타고난 이야기꾼 주인공인 키티를 내세워 재미있고 감동있게 그려내었다. 

키티의 이야기를 통해 새 가족을 받아들인 헬렌이 총총걸음으로 급식실로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결말에 옅은 미소를 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