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어쩌면 인연-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를 읽고

시리즈 블루픽션 67 | 앤 파인 | 옮김 햇살과나무꾼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9월 22일 | 정가 9,000원

“키티!너가 날 그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뭐니? 아마 내가 너와 너희 엄마와의 시간을 빼앗고 너의 말에 자꾸 토를 달아서 이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렴.너가 날 왕눈이 아저씨, 엮거운 아저씨라고 불러도, 난 너희 엄마와 계속 만날탠데 너가 날 싫어할 수록 너만 더 고생이라는걸. 좀 어색하고 서툴지만 우리가 친해지는 이야기를 들어볼래?”

키티! 처음에 고양이 이름인줄 알았다는건 절대 밝힐 수 없다.(표지에도 고양이가 있어서 그랬나보다.)

 이야기의 처음으로 돌아가 볼까? 시작은 헬렌이 반에서 마구마구 화내고 헬렌을 22번이 달래러 간다. ‘반에서 가장 착한 헬렌이 갑자기 저렇게 화내는 이유가 뭐지? 헬렌의 단짝친구 리즈를 안부르고 나를 부르는 이유가 뭐지? 난 내 임무를 완수한다!’ 헬렌을 찾으러간 키티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된다.

‘키티의 엄마 아빠는 이혼했어! 사이가 않좋아!’ 키티의 엄마와 아빠는 따로산다. 키티, 키티의 여동생 주드, 엄마 이렇게 셋이서 나름 행복하게 생활을 하지만 키티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있다. 매일매일 남자친구를 데려오는데 얼마전까지는 괜찮았다. 사이먼 아저씨는 착했으니까! 아저씨는 키가 크고 가무잡잡하고 조금 소심하며 멋진 양복을 입고다니고 주드의 수학숙제를 도와주는 아저씨였다. 아저씨가 엄마에게 차이고 나서부터 일이 꼬인거야! 옆구리에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끼고 배나오고 머리가 발랑까진 아저씨가 오기전까진! 그 왕눈이 아저씨하고는 첫만남이 않좋았다. 엄마는 뭐가좋다고 그리 신나있는지..

키티가 묘사한 엄마의 남자친구 제럴드 포그너 아저씨는 그야말로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수 없었다. 키티가 불쌍했다. 부모님이 따로사는것보다 불행한 일이 없다. 게다가 엄마가 남자친구까지 데러오다니…어휴! 난 못버틸것같다.

핵전쟁이 얼마나 나쁜지, 좋은지로 토론을 하는 키티와 왕눈이 아저씨 생각하는 것마저 키티와 정반대이다. 어떻게 이 아저씨랑 키티 엄마랑 사귈 수가 있는거지? 왜냐하면 키티 엄마도 키티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마 제럴드의 능글맞은 눈빛과 설득력있는 말투때문이 아니면 엄마가 심각한 콩깍지에 씌인것이다.

어찌보면 키티와 제럴드는 닮았다. 제럴드가 키티에게 하는 말을 보면 요즘말로 “밉상” 이다. 그에 화가 이글이글 치밀어오르는 킽티도 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하면 키티도 “밉상” 이다. 내가봐도 제럴드는 정말 미워 죽겠다! 둘이 한번도 지려하지 않는다. 키티는 그래도 어른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하는것을 보면 그다지 잘하는 짓은 아니다.

키티는 엄마에게 엉엉 울면서 ‘난 이 괴물같은 아저씨가 싫다’ 통곡을하기도 하고, 제럴드에게 집적적으로 시를 써서 괴롭히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제럴드하고는 엮인다.

키티가 제럴드아저씨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분명히 어른에게 대들고 예의없이 하는것은 맞지만 난 키티의 그런 대범한 성격이 부럽다. 나는 언제나 소심해서 싫어하는게 있어도 분명히 말하지 못하고 그냥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곤 나중에 혼자 속으로 마구 짜증을 부리는 그런 성격이다. 키티가 잘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내가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는, 키티와 엄마는 핵무기를 만들지 말라는그런 모임에 간다. 키티는 거기에서만큼은 자기가 완전싫어하는 왕눈이 아저씨 제럴드를 만나지 말고 가족3명에서 화목하게 그곳에 가고 싶어한다. 하지만 키티의 바램은 종이장처럼 구겨진다. “그 왕눈이 아저씨가 간다니! 아저씨는 우리편도 아니면서 왜 거길 가는거지?” 결국 같은 버스에 오른 아저씨와 키티네 가족, 모임 회원들. 회원들과 생각이 다른 아저씨의 생각없는 말들 덕분에 사람이 없어 조용하던 버스가 더 조용해 지는 경지까지 오르게 된다.

“아! 답답해! 어쩜 저 아저씨는 저렇게 눈치가 없지? 다들 자기가 조용하길 바라는걸 모르나?” 내가 책을 읽으면서 분통을 터트렸을 정도로 아저씨는 눈치가 없는건지 아는데 모르는척 하는건지 자꾸 떠들어 댄다.

경찰서의 철조망을 뻰지로 끊고 그것을 끊으면 대기를 하고있던 경찰에게 체포된다. 비가 오고 마지막 열여섯번째 사람이 남아있을때 엄마는 빛의속도로 달려가 철조망을 끊는다. 그렇게 엄마는 서에 체포된다.엄마가 체포되어있는 동안 왕눈이 아저씨와 키티 그리고 주드는 아저씨의 보살핌아래 하루를 마무리한다. 엄마가 없이 아저씨와 있다보니 키티는 왜 자신이 그렇게 아저씨에게서 화가나있고 짜증이 나는지에대해, 아저씨는 어찌보면그렇게 나쁜사람이 아니라는것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 자기의 가족행새를 해서 싫어죽겠던 그 아저씨가 점점 마음에 들기 시작한 것이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마라’ 라는 말이 있다. 키티가 제럴드를 볼때 아마 그렇게 본것이 아닐까? 엄마와의 주말을 빼앗고 엄마가 그렇게 신나있는게 아저씨 때문이라고 생각한게, 어쩌면 키티가 엄마를 뺏길지 모른다는 질투심에 그런것일 수 도 있다. 이제와서 아저씨의 다른면을 보는 키티가 귀여웠다.

“이제좀 아저씨랑 친해질만 하니까…..엄마랑 아저씨랑 싸워?!!” 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늦게 집에들어온 키티의 엄마는 제럴드가 자신을 반겨줄거라는 생각이였지만 제럴드는 그저 엄마만 나무랐고 그렇게 엄마와 제럴드 아저씨는 싸우고 말았다. 제럴드 아저씨가 없는동안 키티는 엮겨워 죽었던 그 왕눈이 아저씨가 보고싶고 그리워서 죽을 지경이다.엄마가 법원에 간날 키티는 엄마를 걱정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돌아온 엄마는 혼자오지 않는다. 엄마는 아저씨와 같이 온다. 그렇게 키티와 엄마, 아저씨, 주드 그리고 고양이 플로스까지 모두 해피엔딩이 된다.

미운정 고운정이라고 아무리 싫어서 들들 볶았던 사람이여도 오래보면 정이 생기고, 그사람이 떠나면 아쉽고 그립기 마련이다. 모르는 사이에 정이들어 있었던 키티와 제럴드 처럼 싫은 사람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다는 말이 이런것일까?

하필이면 왕눈이 아저씨. 하필이라는 말이 어떻게보면 예전부터 정해져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원래부터 만날 운명이였던 제럴드 포그너와 키티 참 세상은 좁고 인연은 많은 것 같다.

 

…..이야기가 끝나고, ‘에이 어차피 해피엔딩이네…ㅎㅎ’ 이런생각이 들었다. 제일 흔하디 흔한 엔딩이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그 어떠한 엔딩보다 멋있는엔딩은 해피엔딩이라는걸 잊지 말아야 겠다.

 

Ps. 근데 헬렌의 이야기는 하나도 못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