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몰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내가 잘 모르는 음악가의 생애에 관한 위인전인가? 생각이 든 그림책이다. 그러나 토미 웅거러라는 작가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림책임을 알게 된다.
토미 웅거러의 작품들은 요란하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지만 읽을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아이들은 작가의 힘 있고 익살스러운 그림 속에서, 어른들은 읽는 동안 짧은 글의 행간에서 우리 일상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반성하게 된다. 그런데도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고 늘 유쾌하다.
트레몰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밤이고 낮이고 즐겁게 연주하다 쫓겨나 외딴 숲 속에서 살게 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산 속의 온갖 동물들과 교감하며 자유와 기쁨을 누리고, 저주를 행운으로 바꾸어 사업에 성공하기까지 한다.
저주가 풀려 사업이 망해도 끄떡없다. 오히려 공장을 팔아 근사한 공연장을 세워 더욱 행복한 연주 생활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방해꾼이 나타나도 끄떡없는 용기와 끈기가 멋지다.
텔레비전이 폭발하자 더 많이 대화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는 가족과 이웃들…
이 페이지에서 작가의 그림을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들여다보게 만든다. 손자와 정답게 얘기 나누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카드게임을 하는 아빠와 아들, 책 읽는 딸들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엄마, 하다못해 개와 고양이까지도 사이좋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지기까지 한다. 얼마나 화목하고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인지…작가의 마음이 강하고도 잔잔하게 전해져오는 한 폭의 그림이다.
자연스럽게 요즘의 우리 생활을 되돌아보게 한다. TV와 컴퓨터,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가족은 물론 이웃이나 친구들과의 소통과 공감도 부재하는 현실에 대해 풍자가 아닐까?
텔레비전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넌지시 충고를 하는 듯하다. 거실에서 TV를 치우고 책장을 들여놓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볼 계기가 될 것 같다.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
1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눈을 반짝이면 귀 기울인다. “음표를 먹어요?“라며 신기해하기도 한다.
페이지마다 나오는 악기도 다양하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고 악기에 대한 지식도 제공한다.
140여종이 넘는 작품이 세계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오래전 비룡소의 그림동화로 출간된 적이 있는 <곰 인형 오토>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악기와 함께하는 모습이 자신의 꿈을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는 트레몰로의 무한 긍정과 무한 열정을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참을성 없고, 자신감도 없고, 꿈과 희망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우리 아이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