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느낀 것이지만 비룡소 책들은 어른이 내가 그 상상력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에 만난 음악가 트레몰로도 역시나
예상을 제대로 벗어난, 상상의 날개가 가득한 책이다.
음악가답게 음악에 푹 빠져 사는 트레몰로가 시도 때도 없이 연주하는 소리는 이웃에게는 그저 소음이다. 많은 원성을 사다 결국 이웃에 사는 점쟁이 루나타가 부인이 부린 마법으로 연주만 하면 음표들이 마구 뛰어나와 주변을 음표로 가득 채워버리는 기현상을 겪게 된다.
발 디딤 틈이 없을 정도로 많아져서 음표를 피해 걸어야 할 정도가 되고 길거리에 사람들은 음표때문에 미끄러지고 구르기도 한다. 우습고 재밌는 상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집주인에게 쫒겨나고 트레몰로는 악기를 실고 길을 떠난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연주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된다. 그곳은 바로 ‘숲’이다. 동물들이 그의 연주를 듣고 모여들기 시작한다. 여전히 나오는 음표들을 동물들은 이리저리 맛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음표가 맛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음표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주말 시장에서 음표를 팔기 시작한 트레몰로는 순식간에 모두 팔아버리게 되고 음표를 한꺼번에 만들기 위해 공장을 세우기까지 한다. 정말 대단한 열정이다. 유명세에 텔레비전에도 출연하게 되는데 트레몰로가 텔레비전에 나오자 그의 음표때문에 텔레비전이 사레가 들려 결국 폭발해버린다.
그런데……
사람들이 텔레비전이 없으면 난리날 것만 같은데, 서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책을 읽고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상상을 뛰어넘는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싸우는 일이 줄어들고 세상이 더 평화로워진 것이다. 어느 날 루나티카 부인이 나타다 하는 말이 자신의 저주로 불행해질 줄 알았는데 행복해졌다면서 다시 되돌려놓고 말겠단다. 마법은 풀렸지만 공장을 팔아 웅장한 공연장을 짓고 더 열심히 연주를 한다.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음악은 역시 배 속으로 집어 삼키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게 훨씬 더 아릅답다는…..
반전이 숨어있는 음표 소동 이야기, 제목대로 정말 못 말리는 음악가답다. 재밌고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