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 당신은 누구입니까?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이우혁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0월 10일 | 정가 13,000원

상상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나는 제일 먼저 어떤 상상을 하게 될까?

아마도 평생 걱정없이 쓸수 있는 돈과 집 따위를 떠올릴 것 같다.(?!) 그저 상상 속에서라도 걱정없이 돈 한 번 펑펑 써보는 꿈을 꾸며.^^;;;

하지만 누군가의 상상이 엄청난 재난을 불러 온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세상을 파괴하고 지구 전복을 꿈꾸는 상상이 현실에서 이루어진다면 살아남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렇다면 상상은 상상의 세계에서 존재할 때 안전하고 행복한 걸까?
스티브 잡스는 불가능한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있어서 세상은 변화된다고 했는데???

 

<고타마>는 ‘퇴마록’으로 유명한 ‘이우혁’ 작가가 자신의 딸과 이 땅의 청소년들을 위해 쓴 판타지 소설이다. 워낙에 유명했던 소설이지만 무서워서 제대로 못 읽었던 퇴마록의 작가가 왜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를 썼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넘긴다.

 

크롬 대륙의 울프블러드 왕국(이스트랜드)에 사는 왕자 ‘듀란’은 울보에 겁쟁이인데다가 낯가림이 심하고 말까지 더듬는 14살의 소년이다. 자기와는 달리 형이자 이스트랜드의 최고 영웅이기도 한 ‘올란 왕자’는 수려한 외모에 정의감이 넘치는 사나이다.

백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땅에 2000기가 넘는 늑대 기병단의 출정식이 있던 날 ‘듀란’은 무서워서 ‘올란’의 갑옷 뒤로 숨어든다. 콜드스틸 왕국의 ‘크롬웰’이 나이엔 왕국의 수도 크롬 시를 점령하면서 엘란 왕국과 울프블러드 왕국은 연합군을 결성해 나이엔 왕국을 구하러 간다. 따라가기도 무섭지만 혼자만 남겨놓고 아버지 ‘뒤보아’ 왕과 어머니 ‘마고’ 왕비, 형이랑 호위대장 ‘스탕달’까지 모두 간다고 생각하니 ‘듀란’의 눈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사람들이 많은 것도 무섭지만 왕궁이 텅 비어 있는 것도 무서워…

듀란의 전속 호위장인 줄리앙과 여전사 까미유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해도 아무런 소식이 없자 듀란의 마음은 더 불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시장에 놀러가려다 내다본 쪽문 밖으로 거대한 인파들이 몰려가며 아우성을 친다.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 없어!!

컨쥬르 에땅셍크롬웰이 어두운 심연, ‘떼네브’와 결속을 맺은 금단의 마법을소환해 냈다. 피를 토하는 ‘쿠르베’ 장군은 3층 망루만한 돌덩이의 석상 골렘의 존재를 알리며 오만 명이 넘는 연합군이 전멸했다는 비보를 전한다. 올란 왕자의 도움으로 엘란 왕국의 공주 ‘앤’과 겨우 살아왔지만 곧 골렘이 들이닥칠거라는데…

세상 모든 것이 두려운 소년은 오로지 숨고 싶은 마음 뿐이다. 형도 부모님도 사로잡힌 마당에 자신이 왕국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뒷전이고 떨리는 온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도망부터 치고보는 듀란의 뒤로 돌더미들이 무너져 내리며 먼지구름이 퍼진다.

이렇게 죽는 걸까? 무서워…

 

울림이 큰 목소리로 다가온 ‘고타마’는 듀란과 함께 위기에 빠진 이스트랜드를 구한다. 반딧불처럼 연약한 불빛이 어떻게 그렇게 큰 힘을 듀란에게 가져다 준 것일까? 마법검에 매달려 골렘을 무찌르면서도 믿어지지 않던 듀란은 고타마가 어떤 존재인지 궁금증을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앞으로 그 힘을 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는데 쉽다고 생각했던 처음과는 달리 갈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랑 에땅쉬르인(대마법사) ‘플로베르’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고타마’는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

책을 읽으며 문득 이 책이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끄집어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지만 그 대상의 실체를 스스로 알지 못하면 누릴 수도 없고 원할 수조차 없다. 이전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욕망하지만 그것이 정작 더 큰 것인지 증명할 수 없다면 그 또한 가질 수가 없다. 본인이 모르는 대상이라면 애시당초 비교조차 할 수 없고 게다가 그 힘은 지금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존재여야만 한다!

듀란이 느끼는 혼란 속에서 힘이란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갖게 될 때 엄청난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년 전에 죽은 우스갈타 왕국의 망령 시칼리아를 상대하기 위해 란스베르크의 원혼을 불러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보더라도 말이다.

욕망하되 제대로 욕망하라?? 그럼 그게 욕망이야??
그 조건 그거 참 어렵네. ㅡㅡ;;;
(판타지 소설 속에 요렇게 무거운 것들이 들어 있을 줄이야…)

겁쟁이 ‘듀란’은 고타마를 통해 자신 속에 숨은 두려움의 실체를 깨닫고 용기를 낸다. 진정한 용기란 겁을 내지 않는 게 아니라 겁이 나도 망설이지 않고 행동하는 것임을 깨달아가며…

구나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 있다. 그 두려움이 불쑥 튀어나와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까봐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놓고 비슷한 것만 봐도 흠칫 놀라 재빨리 몸을 낮추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겁보라고 놀리던 듀란의 얼굴이 바로 내 모습은 아닐까?

‘듀란’이 이스트랜드를 구하기 위해 어떤 힘을 불러낼지 궁금하다. ‘고타마’와 ‘플로베르’의 도움으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듀란을 보며 판타지속의 찐한 리얼리티를 만난다.(이런 존재가 있는 듀란은 참 좋겠다.^^) 자기 안의 힘과 욕망을 다스려 크롬을 구할 듀란의 행보가 어떻게 펼쳐질지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