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에서 나온 물들숲 그림책은 생명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꾸러미라고 한다. 그 시리즈 총 7권 가운데 이미 나온 1권 ‘참나무는 참 좋다!’ 외에 2권인 ‘호박이 넝쿨째’다. 나머지 다섯권은 곧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물, 들, 숲이라니 말만 들어도 좋은 단어다. 아이를 키우고나서 자연이 주는 커다란 기쁨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은 자연을 더욱 친숙하게 알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해줄 것 같다. 나머지 책들도 많이 기대된다.
호박이 넝쿨째라는 제목 그대로 호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봄여름가을겨울동안 호박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실감나게 묘사하고 재밌는 표현으로 즐거움을 준다. 사실적인 그림을 통해 호박의 성장을 자세히 알 수 있고 그림도 따뜻하다. 호박씨도 진짜같을 정도로 크기도 비슷하다. 봄에 호박씨를 땅에 심어 뿌리를 땅속으로 단단하게 뻗고 자란다. 자라나는 모습들이 리얼해서 백과사전같은 느낌도 든다.
햇볕이 함빡 내리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호박씨가 활짝 벌어졌어.
떡잎이야!
이 부분을 읽어줄 때는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정말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같은 표현들이 이 책의 또다른 묘미다.
떡잎이 자라 호박잎이 다섯 장이나 나온다.
호박순, 호박손은 나도 잘 모르는데 맽 밑에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주니 고마울 수가…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재미까지 있다니!
커다란 글자표현과 다른 색 표현들도 그냥 만든 책이 아니란 느낌을 준다. 정성이 가득한 책…역시 비룡소구나!
넝쿨이 자고 나면 또 엄청 자라있고 멀리멀리 뻗어간다.
드디어 호박꽃이 핀다. 노란호박꽃만 알았는데 암꽃과 수꽃까지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그 속에 꿀을 따러 온 벌들과 나비, 파리, 개미까지 아이랑 누가 먼저 찾나 시합도 하고 재밌었다. 드디어 호박이 열렸다. 작은 모양이 점점 자란다. 커지고 많아져서 몇 개인지 아이랑 수세기 놀이도 해보았다. 아이도 역시 신나한다. 가을 햇볕에 무럭무럭 자란 호박에 노란 물이 들었다. 황금 호박이 되었단다. 그 황금호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추워지면서 호박잎도 시들고 점점 기운이 빠진 듯한 느낌이 한 해를 마감하는 호박들의 삶(?)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서 혼자 한참을 보게 되었다. 생명의 한살이를 담은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하는 걸로 봐선 그림책이 역시 아이들만의 책이 아니구나…잘 만든 그림책 한 권이 어른에게 큰 영감과 울림을 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느끼기도 했다.
4월부터 12월까지 호박이 어떻게 자라는지 책 뒷면에 세심하게 소개해주고 호박으로 만든 먹을거리까지 실려있다. 이 한 권으로 호박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와 함께 호박에 대한 궁금증 해소를 쉽고도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