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같다.
이렇게 말하면 여자들은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말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쪽이다.
지천으로 피어나는 호박꽃을 보고 자랐지만
그 노오랗고 큼지막한 호박꽃이 참 이쁘다 생각했던 나의 추억 때문이다.
비룡소 연못지기 5차 미션책으로 받은 호박이 넝쿨째를 받아들었을 때,
표지에 그려진 한덩이 누런 호박이 어찌나 반갑고 친근하던지. ㅎㅎ
아~ 정말 비룡소 책들 그림 최고다.
이 책 표지도 정말 사실적이어서 감탄이 절로 났다.
책표지.
물들숲 그림책이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살펴보니
물들숲 그림책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물, 들,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 한포기, 곤충 한마리, 나무 한그루가
어떤 한살이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도와주는 생태 그림책 꾸러미란다.
귀한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들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있는 것에 대한 관심을 통해
세상의 생물에 대한 이해와 공생을 이야기 하려나 보다.
그런데.. 호박 우리 주위엔 흔하디 흔한 먹거리는 맞는데
호박이 자라는 걸 보는 건 요즘 그리 쉽지 않다.
시골에 가면 여기 저기 정말 흔한데 말이다.
참나무는 참 좋다가 1권이고 이 책이 2권.
앞으로 3권 알돌달록 무당벌레야/ 4권 사과가 주렁주렁/ 5권 각시처럼 어여쁜 각시붕어
6권 거미는 많다/ 7권 스마일표 도둑게가 곧 출간될 예정이란다.
비룡소 책은 늘 그렇지만 그림이 참 좋다.
그림 덕분에 책의 가치가 한층 높아진다.
호박이 넝쿨째도 그림이 호박의 한살이를 사실적이면서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손을 뻗으면 호박이 넝쿨째 굴러올 것 같은 표지 그림만 봐도 이 책의 그림이 짐작된다.
내용은 호박이 싹에서 떡잎이 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의 한살이를 담아내고 있다.
아들 술군은 이 책을 외출하는 길에 받았는데 길에 선 채로 두번이나 읽었다.
그림도 눈길을 끌고 이야기도 재미가 있어 또 읽어달라는 말을 계속했다.
게다가 마침 집 베란다에 호박꽃이 피어 있어 이 책에 대한 관심도는 최고. ㅎㅎ
수정이 되지 않은 호박은 이렇게 떨어진단다.
수꽃과 암꽃이 따라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책을 길에 선 채로 두번 연거푸 읽고 난 뒤,
집에 돌아와 또 한번 읽기 전에 베란다에 있는 호박꽃 관찰에 나선 아들.
자석으로 만든 꽃을 작은 화분에 심어놓고는
호박꽃을 관찰하느라고 저러고 쭈구리고 앉았다.
이렇게 호박꽃을 한번 관찰하고 나서 책을 읽으니 더 생생하게 와 닿는다.
저녁에 퇴근한 애 아빠까지 이 책에 관심을 보이며
호박이 이렇게 수정을 하고 열매를 맺는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생물학을 전공했지만 새롭게 아는 게 많다고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면서
우리집 베란다에서도 과연 호박을 열리게 할 수 있나 방법을 찾아야 겠다고… ㅋㅋ
책 말미에는 호박의 한살이를 월별로 잘 정리해두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호박으로 만든 먹을 거리에서는
호박죽, 호박씨 까먹기, 호박엿 등이 실려 있다.
시골에 가면 빈틈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덩쿨을 뻗어 꽃을 피운 호박을 볼 수 있다.
호박은 잎사귀때는 쪄서 쌈으로 먹을 수 있고,
열매는 맺어서 호박죽으로
그리고 씨앗까지 알뜰히 까서 먹을 수 있으니
인간 입장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버릴게 없는 식물이다.
비룡소의 호박이넝쿨째는 호박을 새롭게 들여다 보게 하는 책이다.
흔해서 그 가치를 모르고 사는 게 얼마나 많은지 다시 돌아보게도 해주고.
이 책을 읽고 자란 우리 아이는
늘 호박을 잘나 나보다 더 호박을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꼭 호박에 대한 이해만 넓혀 주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모든 식물, 곤충에 까지 시선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주는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곧 출간된다는 ‘거미는 많다’ ‘알록달록 무당벌레야’
이 두권이 참 읽고 싶다.
아들과 함께 한 호박죽 만들기 요리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