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알고 있는 아들을 위해
재미있는 제목을 달고 있는 심리서를 건낸다.
바야흐로 사춘기!!!
지금까지는 이성에 대한 관심이 없지만 마음이 가는 이성친구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신경을 쓸지…^^;;
<남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는 청소년들을 위한 심리학 개론서로 다양한 실험과 일화를 통해 재미를 더한 책이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게 하는 특성이자 심리학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마음’에 대해 살펴보며 ‘동기’와 ‘정서’가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다.
‘마음’은 행동과 말의 배후에 숨어 있는 생각과 의식, 감정과 본능의 총체를 말하며 ‘동기’는 마음 속에서 행동을 유발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정서’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행동을 야기시키는 분노와 증오, 시기, 수치심,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총칭하는 말로 행동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동기와 정서 두 가지를 고려해 따져봐야 한다.
저자는 ‘벌거벗은 임금님’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동조 행동’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심지어 틀린 줄 알면서도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실험 결과에 놀라며 그 속에 숨은 심리 현상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심리 저변에 알게 모르게 깔려있는 ‘집단 압력’을 확인하며 나는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돌아본다. 입바른 소리를 하고 싶다가도 침묵으로 일관하게 되는 상황들을 떠올리며 혼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을 따라하는 유행 현상이나 어른을 공경하고 법규를 준수하는 사회 문화적 가치들도 동조 현상이라고 하니 항상 남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서글프다는 생각에 씁쓸해진다. ㅡㅡ;;;
심리학을 다루면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프로이트’를 통해 정신분석학의 근간을 이루는 무의식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억눌린 감정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전환’은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불안의 근원을 마주할 때 해결할 수 있다. 피하고 도망가다 보면 어른이 되어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도록 만드는 ‘내 안의 또 다른 나’…. 일명 ‘무의식’으로 불리는 그 곳에 무엇이 있는 걸까? 하이드처럼 지킬을 굴복하게 만드는 힘이 두려우면서도 정면으로 부딪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내 안에 있는 너는 누구냐? 나를 꼼짝 못 하게 하는 또 다른 나는 누구냐?…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몰입하며 읽어나가는 속도가 굉장했다. 광고와 상품 배열, 다양한 마켓팅에 이용되는 심리학의 분야들을 신기해 하면서도 잇속에 놀아나게 만드는 논리가 거슬리는 모양이다. 편의점 음료수 진열장을 제일 앞으로 빼야 한다나??? 인지과학을 전공하는 아빠를 통해 인지심리와 뇌과학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곧 인간의 마음을 알아보고 헤아려가는 과정이다. 심리학을 한다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 자리는 헤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이해란 상대방의 입장이 되는 그 자리에서 출발하는 것일 테니까…
<주니어 대학 시리즈>를 통해 생각의 깊이와 폭을 넓혀가는 아들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