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을 생각하면 3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린이대공원에 처음 갔는데 뭘 타고 놀았는지 기억이 없다. 고3때도 우연히 어린이대공원으로 소풍을 갔는데 꽃구경 사진은 있는데 놀이공원에서 뭘 하고 놀았는지 역시 기억이 없다. 대학에 다니면서 서울대공원에서 우주전차, 바이킹, 급류타기, 다람쥐통을 타고 신나게 소리지르고 세상을 거꾸로 본 기억은 난다. 88열차 청룡열차는 알겠는데 왜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는 후렌치 레볼루션일까? 청룡열차의 혁명? ㅎㅎ
비룡소에서 개최하는 작가 상인 블루픽션상 수상작이고 82년생 작가가 쓴 80년대 이야기다.
내가 사는 동네의 놀이공원이 배경이 된 소설이라 내심 반갑기도 하고 엄청난 행운을 갖게 된 승협이 얼마나 재미있게 놀까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 동생과 같이 간 축제현장 같은 곳에서 불꽃놀이를 기대했지만 계속 불발되는 폭죽을 불량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이리저리 뛰고 승협과 동생은 두 눈알이 죽도록 아리고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는 상황을 맞는다. 공장에 다니는 부모님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이 동네 저 동네로 이사를 다녀 친구도 제대로 없는 승협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아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고시준비를 하는 동생과 산다. 그리고 엄마는 사기재단이라는 아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 대통령의 부인이 설립한 심장재단에 하염없이 편지를 쓴다.
승협은 그 또래아이들처럼 ‘동양 최고 테마파크 <원더랜드> 완공 초읽기’라는 신문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이지만 그곳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비싸지만 재미없을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자꾸 번쩍거리는 마법의 성이 유혹하고 급기야 부반장 집에서 본 보물왕국 창간기념 응모권을 보자 꼴찌만 하는 자신에게 가망은 없겠지만 동생에게만 살짝 말하고 응모를 한다. 그리고 한 달 후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승협은 ‘평생 터지지 않는 폭죽 같은 내 인생. 오! 원더, 원더랜드. 나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외친다.
엄마가 아끼는 우표를 몰래 써서 응모를 한 승협은 동생이 이를까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하지만 응모권은 1장. 부모님은 동생에게 양보하라 하지만 승협은 그럴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얻은 행운인데!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있지만 동생은 오빠에게 양보하고 승협은 무거운 마음으로 놀이공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저 원더랜드에서 공짜로 놀이기구를 타고 재미있게 놀 줄로만 알고 간 그곳에서 원더랜드를 대표하는 다섯 개의 초특급 놀이기구인 ‘그레이트 파이브’를 타고서 ‘경쟁’을 펼친다.
거저 먹는다고? 죽을 각오로 경기에 임하고 있는데?
무조건 이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악에 받쳐 나는 이를 갈았다.
외국에서 안타본 놀이기구가 없는 부반장 이상 가는 잘난 척 부자 백돼지 1번, 뻔뻔하게 반칙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장교 아들13번, 흑인 혼혈인 가난한 여자아이 35번 그리고 33번 승협은 매 경기에 죽을 각오로 달려든다. 정말 예상치 못한 경기 그리고 수상자들. 승협은 돈이 필요한데 과연 상금을 받아 동생 수술비로 쓸 수 있을까?
승협의 가정환경과 놀이공원의 무서운 경쟁이 무척 대비되면서 지금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달동네와 끝없는 개발 그리고 부자들의 특권의식과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의 모습. 작가는 약 삼십여 년 전의 서울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로 지금 청소년들과 배경이된 시기에 청소년이었던 부모 세대를 연결하는 고리가 되길 바란다고 한다. 큰 아이가 이 책을 읽을 때, 그때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면 어떤 말을 할까 궁금하다. 작가님, 전 하품 나오는 대목 없이 정신없이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