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소설의 일부분으로 청소년 문학을 접했다. 주로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읽었는데 주인공에게 나를 감정 이입하면서 읽었다. 요즘엔 연령을 조금 낮춰서 초등학교 고학년에 접어든 큰아이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손길이 간다. 아이들의 관점에서 읽기도 하고 부모의 관점에서 읽히기도 한다. 집에선 아기 같은 아이가 어느새 5학년이 된다고 하니 참 느낌이 묘하다.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 말이 적은 큰아이는 슬쩍 건드리면서 다가가면 헤헤헤 웃으면서 말이 술술 나온다. 옆에서 나를 올려다 볼 때 안아주면 좋아서 정말 입이 찢어진다. 미안하다. 어깨 아프다고 뒤에서 덮치면 짜증을 내곤 했는데.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가 가장 궁금하다. 선생님과의 면담으로 궁금증은 해소하지만 그건 선생님의 시선이고 아이는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어떤지 여전히 궁금하다.
표지와 제목을 보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친구들이 권투 글로브를 끼고 서로를 응시하고 한 아이는 두 아이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 한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야’ 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고래싸움이라.. 이 책에는 4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시집과 동화집을 내고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정현철님의 글에 말보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게 더 쉬웠다는 윤예지님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있다. 삽화가 본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걸 잘 담고 있다.
생중계, 고래싸움
집에서는 부모님의 부부싸움으로 학교에서는 친구들의 기싸움으로 새우처럼 등을 구부린 소심한 성격의 다정이는 괴롭다. 다정의 짝 나이경의 엄마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 위원이고 엄마의 힘으로 이경이는 기세등등하다. 그게 못마땅한 도현이는 이경의 거만함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그때마다 한마디씩 하고 급기야 도현과 이경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 사이에 낀 다정이는 선생님의 부름을 받는다.
새빨간 지갑
명품으로 치장해주고 싶은 엄마의 바램으로 꽤 값나가는 물건을 가지고 있는 보라, 어느날 30만원짜리 지갑을 잃어버리고 급기야 엄마가 찾아오고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가방과 사물함을 조사한다. 엄마끼리 절친이라 보라와 절친이었던 규원이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자신의 집을 도와주지 않은 보라를 무시하고 급기야 짝도 바꾼다. 하지만..
김과 고춧가루
예쁜 혜리는 이에 초콜릿이 묻어도 귀여운데 아영이의 이에 낀 김에 기용인 정나미가 떨어진다. 혜리가 석주와 이종사촌이라 도움을 받지만 자꾸 어긋나고 엄마의 연애비법도 안 먹힌다. 요즘 애들 이렇게 조숙한거야? 강원도로 2박3일 수련회를 가고 모두 같은 팀이 되지만 기용의 관심은 오직 혜리다. 마지막 담력훈련시간, 기용은 혜리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아영이는?
블로그, 초원의 집
할머니와 살다 서울에 올라온 명우는 할머니가 그리워 성적으로 반항을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조립식 집을 짓는 회사에 다니는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컴퓨터로 고스톱만 치더니 살림도 그만두고 그냥 가출을 한다. 점점 멍해지는 엄마, 아빠의 부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중학생 누나. 우연히 컴퓨터 속에서 아빠의 세상을 발견하는데..
엄마의 말은 이제 막 새순이 돋기 시작한 나뭇가지를 꺾는 거랑 똑같다. 나는 그때부터 꺽인 나뭇가지로 살았다. 새순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사실은 엄마한테 그렇게 보이도록 연기했다. 그게 시골로 되돌아갈 수 있는 지름길 같았다. 137-139페이지.
문득 아이의 일기 제목이 생각났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 선생님이 내주신 주제의 의미를 알 것 같다. 아이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서 아마도 선생님꼐서 그런 숙제를 내주지 않았나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내가 자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