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 초 아이들을 잘 가르쳐보고 싶어서 많은 정보들을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종이 자료는 인쇄하고 복사하고, A4 파일집에 자료를 분류 정리하고… 파일들은 플로피 디스크에 저장했다.
그 중 계기교육을 위해 다양한 국경일을 정리해 두었던 적이 있었다. 음, 정리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자료를 얻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다.
경력이 있는 선배 교사들은 계기교육을 잘 시키시는 것 같은데,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그런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 잘 가르치지
못한 죄책감이 많았었는데…
올해 한글날이 드디어 공휴일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과 함께 받아든 이 책은 멋모르던 초임 시절을 잠시 생각나게 만들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마음에 맞는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요즘에도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다양한 상식을 선물로 받을 수 있다.
어른들이 읽기에도 그 정보들이 가볍지 않다.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옆에 끼고 있어도 좋을 법한 내용이다.
월별로 정리되어 있는 내용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시기에 맞게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특히 재미있는 그림들이 곁들여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게 만들어 준다.
달력의 빨간 날들에는 어떤 날들이 있을까?
공휴일, 국경일, 법정 기념일, 명절 등이 그 주인공!
공휴일이란 국경일이나 경축일, 일요일처럼 국가나 사회에서 다 함께 쉬기로 정한 날을
말한다. 가령 1월1일 신정, 구정, 삼일절, 석가탄신일, 어린이날, 현충일, 광복절, 추석, 개천절, 성탄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경일은 국가적인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나라에서 법으로 정해 모든 국민이 기념하는 날로서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있다. 이 중 제헌절은 현재 공휴일로 지정되어있지 않고 한글날은 23년만에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경일이다.
법정 기념일에는 식목일, 과학의 날,
어버이날, 환경의 날 등 현재 약 45개의 법정 기념일이 있다.
명절은 설날,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등 다양한 세시풍속과 놀이 등을 즐기는데 태양의
위치를 기준으로 나누는 24절기와도 구분된다.
4쪽에 걸쳐 정리되어 있는 ‘일러두기’만으로도 정말 알토란 같은 정보가 가득하다.
우리 조상들은 날짜를 계산하는 음력과 함께 계절을 나타내는 24절기를 함께 썼는데, 춘하추동의 날짜(춘분 3/21, 하지 6/21, 추분
9/21, 동지 12/22)를 짚어보니 3개월 단위로 나타난다.
홀수를 좋아했던 우리 조상들은 삼짇날(3/3), 단오(5/5), 칠석(7/7), 중양절(9/9)로 특별히 기억하고 지냈다.
달력의 빨간 날에 숨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찾아보는 그 재미가 솔솔한 책
월별로 정리되어 있어 기념일, 국경일들에 대한 유래와 특징들을 찾아보고 정리해 볼 수 있다.
그 중 기억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삼일절 :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대표는 33인, 서울 인사동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읽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친 민족대표는
29인.
2.
사회 교과와도 상당부분 관계가 있는 이 책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배울 때도 활용도가 높은 만화가 있어 재미있게 공부해 볼 수 있겠다.
우리 아이들이 지켜야 할 의무는 납세의 의무도, 국방의 의무도, 근로의 의무도 아닌 교육의 의무란 사실.
3월 3일은 납세의 날이란다.
3.
한식과 관련한 개자추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겠다.
이 책 29쪽을 보면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식은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뜻인데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란다. 조상님들 무덤을 찾아
성묘하고 산소를 돌아보기도 하는 날.
진나라의 왕이 된 문공이 어려운 시절, 굶주려 쓰러진 자신을 위해 허벅지 살을 베어 충성을 다한 개자추를 까맣게 잊고 지내다 산에
홀어머니와 숨어사는 개자추를 기억해내고 궁으로 불렀으나 산에서 나오려 하지 않자 그를 나오게 하려고 산에 불을 놓았다고 한다. 불이 꺼진 후
홀어머니를 껴안고 타 죽은 개자추를 발견하고 이를 슬퍼한 문공이 개자추가 숨을 거둔 날은 불을 피우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4.
해마다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즈음,
무언가 의식있는 행사를 하려고 애썼는데,
2012년에는 그마저도 못하고 넘어와 버렸다.
장애인이라고 해야 하나, 장애우라고 해야 하나?
그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
우린 친구, 이름을 부르면 되는 것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다가갈 때, 그들은 차별받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애란 불편한 것이니 건강한 우리가 나서서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5.방정환 선생님이 이름을 스무 개도 더 가졌다는 사실, 처음 알았다. <<어린이>> 잡지를 펴 내면서 혼자 동화도
쓰고, 우스갯소리도 쓰고, 애독자 엽서도 썼다니!
소파, 잔물, 북극성, 금파리, 은파리, 물망초, 몽중인, 성서인, 삼봉생, 목성, 삼산인, 잠수부, 일기자, 허삼봉, 허문일, 파영생,
노덧물, 길동무, 깔깔 박사… 모두 방정환선생님이 잡지에 글을 쓸 때 쓴 이름들.
6. “1945년 8월 15일 서울 거리에는 만세 소리가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그날 낮 12시 일왕의 항복 방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평범한 민중들 중에서 일본이 그렇게
쉽게 망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도 별로 없었으며 일본 경찰의 위세에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는 것. 그 날 서울 거리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물결치듯 휘날렸다는 말은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떠벌린 새빨간 거짓말이란다.
7.
동지팥죽과 공공씨의 아들 이야기도 재미있게 읽었다. 말도 안 듣고 말썽만 피우던 공공씨의 아들이 동짓날 덜컥 죽더니 역신이 되었다. 역신이
된 공공씨네 아들은 살았을 적 붉은 팥을 몹시도 무서워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기념일들도 이 책을 통해 만나 보았다.
이 책은 비룡소 지식다다익선 50권째 출간 도서다.
<<레몬으로 돈 버는 법>>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이 바로 이 시리즈 도서라는 사실, 그래서 반가웠다.
정보가 워낙 많아서 내용을 다 기억할 수는 없으나, 사회 교과에 무척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사실, 그리고 보고 또 보아야 할 책이라는
사실에 곁에 두려한다. 가끔씩 찾아 보게 될거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