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도 영혼이 있을까/베타

시리즈 베타 1 | 레이철 콘 | 옮김 황소연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3년 1월 31일 | 정가 12,800원

 

“나는 네 거야 지.”


이렇게 달콤한 로맨스가 담겨있는 이 소설은 “환상적인 SF 로맨스 4부작의 서막”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1,2편이 출간 확정 되었으며 3,4편은 아직 기획단계에 있으면서 이미 <트와일라잇2:뉴문>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하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수많은 SF소설 속에서 이 내용이 갖는 의미가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될 것인지가 궁금해지지만 이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미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동안의 SF소설에서 인류는 핵전쟁으로 인해 세계가 새롭게 개편된다는 내용을 많이 다뤘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세상의 얼음이란 얼음이 다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서 생긴 <물의 전쟁>을 통해 인류의 대전환기를 맞이했다는 이 소설의 상상력이 우리에게 앞으로는 핵보다 지구온난화가 더 높은 위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미래의 어느 시기, 인류는 <물의 전쟁>이라는 최대 위기를 극복한 후 더 위대한 인류문명을 꽃피우고 있었다. 그 절정은 새롭게 태어난 드메인이라는 군도. 섬 주변을 출렁이는 물결조차 과학의 힘을 빌어서 연보랏빛으로 장식하고, 일반인들은 밀폐된 특정 공간에서만 흡입할 수 있는 최상급 공기가 이 섬의 대기 위에 풀어져 있는 곳. 이곳에서는 인류가 새롭게 조정되고 통합되어 만든 대륙인 메일랜에서도 선택받은 가장 부유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들 소수만이 살고 있다. 그들을 위한 서비스인력이 필요한데 그것은 바로 복제 인간인 클론의 몫이다.


클론은 사망한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은 인간의 영혼을 분리해 낸 뒤 그 몸을 시조로 복제되어 평생 동안 인간에게 봉사하기위해 만들어진 존재다. 그 클론들 중에서 주인공 엘리지아는 베타에 속한다. 베타란 아직 시험 중으로 10대 클론이 반항기를 거쳐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반항기를 어떻게 제어할지 그 실험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클론의 기능이 완벽하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엘리지아는 16세 소녀를 시조로 태어났다. 영혼이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모든 정보는 자신을 제작한 루사디 박사가 심어준 칩에 의해 얻을 수밖에 없다. 모든 클론에게는 몸에 이런 정보 칩 외에도 자신의 현재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위치정보 칩이 내장돼 있다.


클론에게는 자신의 생각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지배하고 있다고 믿는 컴퓨터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철저히 인간의 편리한 제품이라고 믿고 사용하고 있는 클론들의 세계에 어느덧 하나의 커다란 반란군이 형성되어있다. 클론들에게 조금씩 오류가 생겨나는데 그 오류는 클론이 인간의 감정을 갖는 것이다. 엘리지아는 끊임없이 자신의 시조인 소녀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갖는 맛의 느낌이나 모든 감정을 느끼게 된다. 드메인 섬 사람들이 “디펙트”라고 부르며 그 즉시 폐기해버리는 오작동 클론이 된 것이다. 아름답고 사랑스럽던 엘리지아를 자신의 딸처럼 아꼈던 총독부인은 엘리지아가 “디펙트”란 걸 안 순간 돌변한다. 엘리지아는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을 감행하는데 엘리지아의 탈출이 성공하기까지는 맨 처음에 자신의 환상 속에 나온 자신의 시조 남자인 알렉산더의 역할이 컸다.


1부는 이렇게 미래의 인류에게 새롭게 나타날 복제인간과 더불어 유전자로 조작된 또 하나의 인류인 아퀸족의 등장, 그리고 이들을 인간으로 보려는 사람들과 사물로 대하려는 사람들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서 끝이 난다. 이것은 마치 미국이 노예제도를 갖고 있던 시기의 유색인종에 대한 갈등을 떠오르게 한다. 백인은 자신들 외의 유색인종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믿고 멋대로 학대한다. 그러나 몇 세기 지나지 않은 오늘날의 관점은 어떤가. 모든 인류는 피부색과 관련 없이 누구나 동등한 인권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아직도 논란이 끝나지 않는 동물과 식물에 대한 영혼의 존재여부는 어떻게 결론 될 것인가. 모든 것을 인류의 관점에 맞춘 세계관은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편리성에 맞추어 진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복제인간 엘리지아의 임신과 그 딸의 이야기, 클론의 학대에 반대하는 인간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클론의 길을 택하는 총독의 딸 애스트리드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후속편들이 기대되는 이유는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는 미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인간이 걸어가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제 인간은 언제든 가능한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섬뜩하면서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