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전래동화 21 이야기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는 막내 딸이 이야기를 듣기만 들으면
적어서 이야기 주머니에 넣어 두고 나누질 않아
이야기 귀신이 해꼬지를 한다는 내용.
즉 이야기든 뭐든 나눠야 한다는 것이 요지.
그러나 우리의 책놀이는 나누자는 것에 촛점을 두지 않고
이야기 주머니에 들어 있는 이야기 지어내기.
우선 며칠 전 옷장을 뒤지다 발견한 한복의 복주머니를 꺼내서
그 안에 이야기 주인공이나 이야기에 등장하는 단어, 그림등을 적어 넣어두었다.
그리고 다시 책 읽기 시작.
술군은 이야기 귀신 책을 좋아한다.
뭐 어떤 책이든 안 좋아하는 책은 없지만, 이야기 귀신 읽자요하는 말을 하는 걸 보면…
막내딸이 따빡따박 이야기를 적어넣는 장면은 거의 정독 수준. ㅋㅋ
이 책에서 모란과 딸기 이야기를 읽고 나더니
식당에서 국수를 먹다 말고
“엄마, 이 집 천정에 독이 있는 모란이 피었다면요?”하고 질문한다. ㅋㅋ
그 때부터 “국수에 거미가 빠졌다면요?
그 거미가 독거리라면요?”
“만약에 이 집에 불이 다 꺼진다면요, 음식을 먹는 사람은 어떻게 할까요?
음식 만드는 사람은요?”
등등으로 질문이 이어졌다.
아마도 독이 든 모란이나 딸기 등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암튼 요즘 한창 빠져있는 “만약에” 놀이에 어김없이 최근에 읽는 동화책의 스토리가 등장하는 걸 보면
아이가 읽는 책이 곧 아이의 세계를 이루는구나 싶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본격적으로 주머니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내 줄 시간인데,
우리 술군은 이야기 주머니를 들고 달려가더니
장농속에 가두겠단다. ㅠㅠ
주머니를 넣더니 문을 꼭 닫고는 저리 좋단다.
이야기를 안 풀어주고 이야기 귀신을 꽁꽁 가두겠다고.
하하하~ 이야기 귀신이 주는 교훈은 뒷전이고
이야기 귀신을 가두는 재미에 쏘옥~
그러나
“그 주머니에 방귀뀌는 뽀로로 이야기도 들었고, 별, 달, 구름도 들었고,
뽕 뿌지직 으악하는 소리도 들었고, 글자먹는 코끼리도 들었는데…
이야기 꺼내서 풀어주면 진짜 재미있을 껄~~”했더니
주머니를 슬그머니 가져온다.
그리고는 저렇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뽑아들고는 흐뭇하다.
퐁당, 뿌지직, 으악 소리가 적힌 종이를 뽑았다.
그런데 다시 뽑겠다며 종이 두 개를 나란히 놓아주더니 어서 이야기를 풀어달라고.
애초에 이 놀이를 준비할 때는 하나씩 뽑고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나만 혼자서 두 이야기를 하고 마쳤다.
글자 먹는 코끼리는 다른 전집에 있는 조은수씨의 작품인데
글자를 먹고 방귀를 뀌는 코끼리 이야기가 주인공.
요즘 한창 방귀, 똥에 빠져있는 녀석이라
신나게 방귀도 뀌고 똥도 싸는 이야기를 꾸며 주었더니 완전 신이 났다.
그리고 별, 달, 구름은
별과 달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구름이 와서 달을 가리자, 별이 뽀쪽한 끝으로 간지럼을 태워서 구름이 달에서 비켜났다는 뭐 그런 얘기를 계속 이어갔다.ㅎㅎ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였는데,
우리의 이야기 주머니는 우리가 읽은 책, 들은 이야기, 경험 등이 한데 어우러져 채워지는 것이라는 주제의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채워서 친구들과 나누자고 얘기를 했다.
술군은 별, 달, 구름이 들어가는 아주 짧은 이야기 하나를 해주겠다고 하더니
“옛날에 별, 달, 구름이 있었어요. 끝이예요. “한다.
엥? 너무 하는 거 아냐? 아들~
그래도 이야기를 꺼내고 풀어내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충분히 느끼고 함께 많이 웃을 수 있어 좋았던 시간.
앞으로 종종 이야기 주머니를 활용해서 이야기 지어내서 주고 받기 놀이를 해야봐야지 싶다.
ㅋ넘 귀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