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 들, 숲에 사는 동식물들의 한살이를 담은 생태그림책. 비룡소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 <알록달록 무당벌레야>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당벌레의 가장 기본적인 자연생태와 성장과정을 한눈에 그려요.
기나긴 겨울나기 끝에 마른 가랑잎 이불더미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무당벌레들이 하나둘 깨어나 뽈뽈뽈 높은 꼭대기를 찾아 오르락내리락.. 무늬가 예뻐서 어디서나 눈에 띄는 무당벌레는 딱딱한 붉은 등딱지 날개 쫙 펴고 포르륵포르륵 멋진 비행실력을 뽐내요.
빨간 바탕에 점이 일곱 개인 칠성무당벌레, 그보다 많은 점은 이십팔점무당벌레, 딱지 무늬가 달무리 진 듯한 달무리무당벌레 모두 진딧물을 잡아 먹어요. 겨우내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픈 무당벌레는 진딧물이 꼬인 장미나무에 내려앉아요. 요즘같이 따스한 봄햇살에 장미나무 새순에는 진딧물이 아주 많거든요.
무당벌레가 진딧물을 잡아 먹으면서 진딧물이 우글거리던 나무에는 건강하게 새순이 자라고 이파리가 자라서 꽃을 피워 잘 자라는 거예요. 그러니 무당벌레를 살아 있는 농약이라 불릴 만큼 이로운 곤충. 하지만 알에서 나온 무당벌레 애벌레가 진딧물도 모자라 애벌레끼리도 잡아 먹는 엄청난 식성에 놀랍네요.
그리고 짝짓기에 성공한 엄마 무당벌레가 낳은 알은 그 갯수도 엄청나죠. 노란빛을 띠던 알껍데기에서 털이 부숭부숭한 애벌레가 한 마리, 두 마리.. 알을 깨고 나오면 잠깐 알껍데기에 붙어 몸을 말렸다 서서히 몸 빛깔이 검게 변해요. 꼭 검은 깨알만큼 작디작아 우리 눈에 잘 띄지도 않다 엄마 무당벌레처럼 날카로운 이빨로 진딧물을 잡아 먹고 점점 몰라보게 몸집이 커지죠.
그 사이 커진 몸에 딱 맞는 새옷으로 허물을 벗고요. 신기한 건 애벌레 꽁무니에 어디든 착착 달라 붙는 빨판이 있어 거꾸로 매달려 허물을 벗는데요. 다 자란 애벌레가 거꾸로 매달려 몸을 웅크리고 꼼짝하지 않는 거처럼 보여도 기온이 높고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에 따라서 미세하게 몸을 움직인다는 게 참 신기해요.
더욱이 갈라진 허물이 꽁무니 쪽으로 벗겨지면 몸 빛깔이 점점 짙어지고 검은 무늬가 또렷해지는 번데기가 되어요. 이때도 마찬가지로 이곳저곳을 마음껏 옮겨 다닐 처지가 못되다보니 한 자리에서 쭉 편 채로 일어서기도 하고 움찔움찔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마치 철봉에서 고난이도 안무를 선보이는 기계체조 선수같네요.
그렇게 거꾸로 매달린 채로 하루, 이틀, 사흘..닷새가 지나 등이 갈라지고 옅은 노란빛이 보이면서 느리게 느리게 머리부터 차츰차츰 몸이 나오기 시작해요. 갓 나온 무당벌레는 빛깔이 여리고 온몸이 축축해서 당장 하늘높이 날진 못하죠. 축축이 젖은 속날개를 말리고 무른 딱지날개가 단단하게 말려 질 때까지 여전히 기다림의 연속이네요.
드디어 따가운 초여름 햇볕 받으며 개망초, 애기똥풀풀 쇠뜨기를 타고 높이높이 기어올라가 알록달록한 딱지날개를 쫙 펴고 속날개 쭉 펴서 포르륵 날아오르죠. 이제는 알록달록 고운 빛깔도 갖가지, 무늬도 가지가지 모두 다 무당벌레 천지. 하지만 개미, 노린재 같은 천적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 죽은 척 연기도 잘 하네요.
어이쿠 저런! 벌레를 잡아 먹는 딱새는 알록달록 무당벌레 색깔만 봐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노린재는 침 같은 주둥이로 무당벌레를 단번에 제압한다니 조심해야 해요. 언제 자신도 모르게 천적의 공격을 받을지 하루하루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치열한 생존의 법칙이죠. 잠시 바람이 잠잠한 어느 돌담아래 약속이라도 한듯 흩어져 살던 무당벌레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모습은 참 평온해보여요.
그것도 가을걷이가 끝난 텅 빈 들판을 지나서 다시 기나긴 겨울을 보낼 그들에게 있어서는 얼마남지 않은 달콤한 휴식이에요. 그런 무당벌레의 달콤한 휴식을 방해하는 건 천적뿐 아니라 유독 작은 벌레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탓에 쉽게 무당벌레를 잡아서 가지고 놀기도 하죠. 아마도 아이들에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어 오히려 관심이 적었던 자연 생명에 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흥미를 갖게 하네요.
게다가 오랜시간 알에서 무당벌레가 되는 과정 하나라도 놓칠세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따가운 봄볕에 등과 팔뚝이 벗겨지는 줄 모르고 또 쪼그리고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리기를 무수히 참고 이겨내 얻은 자연의 선물과 같은 것이라 더 대단한 거 같아요. 그저 흔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를 허투로 보지 않고 계절에 따라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자연의 순리를 거슬리지 않고 느리게 느리게 자연의 모습 그대로 담아낸 작가의 진정성이 대단히 감동적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