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생일날, 근사한 생일케이크를 앞에 두고도 엄마는 불안해하고 우울해했다. 그리고 아빠와 자신을 3박 4일간의 무인도 캠프에 보내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간절함에 마지못해 떠나게 된 무인도에서 초등학교 5학년생인 준이는 촌장님을 붙잡고 질문을 던진다. “촌장님,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빠와 아이만이 참여할 수 있는 무인도캠프에 열 두 팀이 모였다. 한 가족은 하나의 부족이 되어서 촌장님의 미션을 수행해야한다. 최소한의 식량을 배급받으며 스스로 먹을 것을 찾아야하는 시간들. 은행원인 아빠는 모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버릇이 있다.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일을 하는 것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고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승진을 하기 위해서다. 아빠는 준이에게도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드니 뭐든지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고 채근한다. 준이는 이런 아빠가 무서워서 아빠와는 늘 서먹하게 지낸다. 준이는 자신과는 달리 아빠와 함께 행복해하는 다른 아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작은 오두막 하나를 배정받아서 직접 밥을 해 먹고 바닷가에 나가서 먹을 것을 찾아야하는 캠프 생활. 평소에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는 듯 집에서는 누워만 있던 아빠가 미덥지 못해 준이는 자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씻을 물이 없어서 수건에 물을 적셔 몸을 닦아야하고 모기에 물리고 휴대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생활. 대화가 없던 준이와 아빠는 이 시간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하루, 이틀, 사흘,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팀들과 지내다보니 준이와 아빠는 부자간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부모가 다투면 아이가 부모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들은 싸움을 통해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부모들의 다툼을 보면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아직 어린 준이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마음이 아릿했다. 늘 요즘 아이들은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가진 게 많고, 할 수 있는 걸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그까짓 공부 조금 하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건지 배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현실에 대한 고민을 크게 가지고 있었다. 물질적인 면보다 마음의 행복이 가장 크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배운다.
준이의 아빠도 목청껏 외치고 있다. 가족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남들 놀 때 놀지도 않고 일만 해온 보답이 가족들의 원망이냐고. 자신도 아빠 역할 남편 역할이 처음이라서 힘들었다고. 준이 아빠의 고백 같은 외침을 통해 모든 아빠들 역시 꿈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 꿈을 접고 현실 속에 뛰어든 이유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었음을 느낀다.
마침내 3박 4일의 캠프가 끝이 나고 다들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배에 오르는데 촌장님이 준이와 아빠가 배에 오르는 것을 막는다. 열 두 팀 중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으니 특별히 무인도 체험을 하루 더 할 수 있는 상을 준다는 것이다. 어색하기만 했던 준이와 아빠는 자연스럽게 섬에 머물고, 섬으로 찾아온 엄마와 함께 가족 모두가 즐거운 하루를 보낸다.
추가 1박을 무사히 마친 준이 가족은 뗏목을 타고 무인도를 빠져나가야한다는 미션을 마지막으로 받는다. 아빠와 아들이 노를 젓고 엄마가 중심을 잡으니 처음엔 허우적거리던 뗏목도 보트가 있는 목적지까지 앞으로 나갔다. 뗏목을 타고 보트를 향해 가는 길을 통해 준이 가족은 또 깨달았을 것이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야말로 가족의 항해에서 필수라고.
가족을 잘 살게 하려고 휴일도 반납하고 일만 열심히 해왔던 준이 아빠. 일에 지쳐 가족의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고 대화도 되지 않는 아빠에 지쳐있던 엄마, 부모님의 다툼으로 부모님이 이혼할까봐 걱정이 태산 같았던 준이. 이들 가족은 이제 비틀거리긴 하겠지만 똘똘 뭉쳐 다시 세상의 바다를 살아갈 것이다. 물론 만만치 않은 세파를 헤쳐 나가는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믿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동화책은 늘 감동을 준다. 준이가 촌장님에게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 묻자 촌장님은 모두가 자기 몫의 자리에서 잘해주면 행복의 빛이 발산되어서 다른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 몫을 제대로 잘하는 것. 남을 도와주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희생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면 행복해진다고 하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은 아이들뿐만이 아니라 부모들까지 게임에 몰두해서 가족의 대화는 더 어렵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경우처럼 꼭 무인도에 갈 필요까지도 없다. 티비와 컴퓨터, 휴대폰을 끄고 3박 4일을 보내는 캠프를 집에서 해보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가족끼리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최소한의 소박한 장보기를 해오는 미션을 해본다면? 먹을거리를 사오며 돌아오는 길에는 무인도에서 준이 가족이 바라본 노을을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족끼리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며 그 과정을 즐겨본다면? 서로에게 고마웠던 일, 미안했던 일, 바라고 싶은 말까지 전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굳이 무인도에 가지 않아도 감정의 변화를 가지는 효과를 느낄 것 같다. 책 한권을 읽고 이런 체험을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다면 누구도 준이와 같은 질문을 던지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