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로 간 따로별 부족 / 오채 / 비룡소
표지에 나오는 아빠와 아이 그림은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야기의 시작은 너무나 어둡고 우울했다.
엄마의 마흔 번째 생일에 케이크 위에 불붙인 초가 계속 녹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엄마의 청천 벽력같은 소리,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단다. 엄마는 혼자 다른 별에 떨어진 기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단다. 촛불이 다 녹을 때까지 침묵이 이어지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무슨 일이든 원인이 없는 결과란 없다.
휴가까지 반납하며 열심히 돈을 버느라 피곤한 아빠는 쉬는 날엔 도통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아빠하고 관계가 좋지 않은 하나뿐인 아들 준이는 아빠가 집에 있는 날엔 자기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엄마가 생각하는 가족은 남들 보다 더 자주 밥 먹고 더 오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인데, 준이네 가족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엄마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아빠랑 준이랑 캠프를 다녀오는 것이다. 펄쩍 뛰던 아빠도 엄마의 전혀 다른 모습에 마지못해 허락을 하고 준이랑 3박4일 캠프를 떠난다.
그곳은 무인도 섬이고 미션이 주어질 때마다 가족끼리 힘을 합해 해결을 해야 식량을 받을 수 있다. 아빠랑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숨 막힐 것 같던 준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아빠와 말을 건네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마지막 날 최우수팀에게 주는 상으로 무인도에서 하루를 더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추가 선물로 엄마까지 오게 된다. 치킨에 과자를 잔뜩 들고서 말이다. 저녁에 엄마는 준이와 아빠 손을 잡고 행복하다고 한다. 준이도 아빠도 같은 마음이다.
이런 캠프가 있다면 나도 우리 남편과 큰아들을 한 일주일 보냈으면 좋겠다. 서로 소통이 되었다 안 되었다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관계가 고속도로처럼 뻥 뚫리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보여 지는 현재의 관계는 지금 현재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 지나온 시간들이 더해지고 더해져 오늘 이 시간이 된 것이기 때문에 전에 있었던 문제가 완전하게 서로에게 이해되지 않으면 현재의 관계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없는 것이다.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완전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아마도 다른 어떤 것에 정신이 팔릴 겨를 없이 따로별 부족이 경험한 그런 무인도에서의 생활이라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가정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나름 심각해서 결정을 한 일이겠지만 이혼하는 가정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그 원인 중에는 따로별 부족처럼 작다면 작은 문제가 오래 쌓여 더 큰 오해와 문제를 만들기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꼭 무인도 가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인도라는 상황 설정을 통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무인도 캠프에 함께 가고 싶은 사람, 이유, 가서 하고 싶은 미션 등을 이야기 나누어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고, 자기도 모르게 케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 汀彬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