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모든 것이 끝난 듯한 절망, 그게 바로 봄의 징조야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3년 4월 30일 | 정가 11,000원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작품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로보 거론될 만큼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상실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면의 묘사가 압권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제나가 느꼈을 상실, 그로 인한 고통과 혼돈 그리고 그 상실의 아픔을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인기그룹이었던 클론의 멤버인 강원래는 교통사고로 당하게 되고 장애를 갖게 된다. 하지만 그는 교통사고 후 힘들었던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방송활동에 재기에 성공하여 휠체어댄스를 선보이며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보였다. 절망은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제나를 통해 그 진실을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리라.

 

어디 좀 갔다가 돌아와 보니 엄마가 없어졌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부디 내 탓은 하지 마시길. (본문 11p)

 

엄마와 함께 허디슨 강 파탄지 다리를 건너던 제나는 앞 도로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하고(아마도) 핸들을 움켜 잡았는데(아마도), 그 뒤 자동차가 날개를 뻗더니 날아오르게 된다. 제나는 머리 외상, 뇌부종, 기억 상실, 안명 열상, 늑골 골절 진단을 받고 집중 치료실에서 깨어났지만 엄마는 없었다. 제나는 자신이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느꼈고, 엄마가 자신을 두고 다른 이들과 떠나가고 있는데도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음에 절망한다. 제나는 이모, 아빠의 목소리를 듣지만 파란 나라에 머물고만 싶다. 파란 나라에서는 행복하고 평화롭게 슬슬 떠다니면 됐다. 파란 나라에서는 모든 게 참 쉬웠다. 제나에게 사고 전은 잃어버린 옛 삶일 뿐이었고, 그 다리 저 편에 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사고 경위에 대해 묻지만 제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목격자가 없으므로 제나는 함구하고싶다. 그들은 파편 속에서 생물체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고, 거기에는 아기 사슴도, 개도, 기러기도 없었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없었다. 제나는 말하지 않기로 한다. 그럼 아무도 알지 못할 테니 말이다.

 

제나는 파란 나라에서 날개를 쫙 펴고 날았고, 깃털처럼 가볍게 떠다녔다. 그러나, 그 파란 나라가 고통 완화제인 아편계 약물 중 하나인 데메롤에 의한 약효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절망한다. 엄마와 제나가 함께 있을 수 있는 파란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파란 나라에서는 자신이 숨을 곳이 있었지만, 데메롤을 끊으면서 제나가 숨을 곳은 없었다.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새로운 가족과 살고 있는 아빠와 살고 싶지 않은 제나는 퇴원 후 이모네 가족과 함께 살기로 한다. 사고 후 세상은 모든 게 변해 있었다.

 

사고 후에 나는 다짐했다. 상처는 비밀에 부치리라.

그리고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리라.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본문 71p)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제나는 이모부의 옥시콘틴을 훔치고 비상사태를 대비해 간직한다. 친구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제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옥시콘틴으로 트리나 홀랜드와 친구가 되고, 제나의 삶은 더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된다. 유일한 친구라 여겼던 트리나로 인해 제나는 술, 마약, 남자로 자신의 삶을 더욱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를,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를 거부한 제나는 트리나가 좋아하는 크로우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크로우의 도움으로 사고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그만 떠나보내, 제나.”

“떠나보내라니, 뭘?”

“두려움.”

“그건 떠나가지 않아………달라붙어 있거든……..”

“네 자신을 비워, 빛처럼. 두려움을 떠나보내. 붙들어 두지 말고.” (본문 301p)

 

제나는 사고 당시의 상황이 그 당시 보았던 것보다 더 또렷하게 보인다. 그 다리 위에 뭔가 있었다는 것, 상상해 낸 것이 아니었다는 것, 엄마도 알고 있었을 것에 대한 안도감에 제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듯이 울어버린다. 이제 제나는 이제 뭐든지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 살고 싶어요, 엄마.

살고 싶어요, 영원히! (본문 314p)

 

이제 제나는 옛날의 삶에서 그랬듯 달린다. 새로 사귄 육상부 주장과도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너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크로우도 제나처럼 상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겨냈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얻은 해답으로 제나를 이끌어 준다. 이야기 속에 제나의 독백은 상실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제나의 심리묘사가 정말 압권이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파란 나라에서 머물고 싶은 제나가 그 고통스러운 시간과 대면하는 장면은 너무도 인상적이다.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상처와 조우하는 것이라 했다.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는 제나처럼 이야기는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 장면으로 어두운 터널이 끝나고 빛이 보이듯 환해졌다.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도 또렷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절망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다고 했다. 절망은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고통에서 이겨내고 스스로 답을 찾았던 크로우, 제나가 다시 날아오르듯이 말이다.

이렇듯 상실의 아픔과 치유에 대한 기록 <<나는 일어나, 날개를 펴고, 날아올랐다>>는 제나를 통해 독자들에게 힐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