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그린이 찰스 로빈슨
어릴 때 읽었던 동화나 그림책 중에 지금까지 머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행복한 왕자>이다.
살아 있을 때는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이 편안한 삶을 누렸던 왕자. 그래서 그 겉모습도 아름답고 편안해 보였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동상으로 세우고, 순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두 눈에는 바다보다 푸른 사파이어를 허리에 찬 칼자루에는 붉은 루비를 박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저렿게 아름답고 행복한 왕자가 있다니… 라며 감탄하며 지나간다.
그러나 행복한 왕자의 마음의 슬픔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높은 위치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켜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제비 한마리가 날아들어온다.
갈대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그만 이집트로 날아갈 기회를 놓친 제비이다. (이부분은 어릴때 읽었던 기억이 없다.^^)
서둘러 남쪽으로 날아가던 중 행복한 왕자의 동상 발치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그러나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왕자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하루하루 지나다가 그만 죽어버리고 만다.
황자도 자신의 몸을 둘러싼 아름다운 보석과 순금을 가난한이들에게 나누어주고는 볼품없는 모습으로 남게된다.
사람들은 흉물스러워진 동상을 더이상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며 뜨거운 불에 던져버린다.
그러나 납으로 만든 그의 심장은 불타지 않고 남아 제비의 차가운 몸과 함께 버려진다.
천사는 납으로 만든 심장과 죽은 제비를 하느님께 갖다 드린다.
“저 도시에서 가장 귀한 것 두가지를 아주 잘 골라왔구나. 이 작은새는 영원히 천국의 정원에서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이곳의 황금도시에서 나를 찬미하며 지낼것이다.”
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누구나 진짜 행복한 왕자는 어떤 모습일까를 물어보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다.
특별한 교훈을 머리속에 주입시키지 않아도 그저 읽기만 함으로서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해줄수 있는 따뜻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의 서른다섯번째 책인 <행복한 왕자>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아름다운 동화 아홉편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어릴때 읽었던것들도 있고, 처음 보는 생소한 것들도 있다.
<자기 밖에 모르는 거인>도 즐겨 읽었던 동화였다. 요즘 그림책으로도 나온것으로 안다.
다만 내 기억속에는 거인이 아이들과 행복하게 정원에서 노는것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거인의 죽음이 끝장면인것을 여기에서 알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열게 한 작은 아이가 예수님의 형상이었다는 것도…
아마도 작가의 기본적 종교배경이 책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그래서 그림책에서는 종교성을 배제하기위해 뒷부분을 생략했었고…
하지만 이렇게 완전한 원작을 읽어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책이기는 하지만 조금 나이가 들은 아이들도 읽으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또는 나처럼 어른이 읽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 예로 <아낌없이 주는 친구>를 예로 들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한수라는 착한 사람과 그의 착함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이용하는 방앗간 주인이 나온다. 말로 한스를 이리저리 잘 구슬려 결국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정말 좋은 친구라고 입발림을 하곤 한다.
우린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한스가 복을 받고 방앗간 주인은 벌을 받을 거야 라고 기대하지만 책 내용은 그만 한스가 죽는것으로 끝나고 만다.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남아있지 않기에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른들은 세상은 그건거야… 라며 자조하게 될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동화가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성이라고 볼수 있다.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세상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야기도 많다.
<남다른 로켓폭죽>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린 왕> <공주의 생일> <별아이> 모두 조금씩 내용은 틀리지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현상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형식을 띄고 있다. 그래서 아주 쉽지만은 않은 동화라고나 할까?
특히 <어부와 영혼>은 내용이 심오한 편이다.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표현이 상당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 청소년 책들은 사건전개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표현이 상당히 아름답다.
자주빛 나비들이 금가루를 묻힌 날개를 파닥거리며 꽃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작은 도마뱀은 벽 틈으로 기어나와 잠자코 엎드려 하얗게 반짝이는 햇볕을 쬐었다. 석류는 태양열에 금이가고 쪼개져 피를 흘리는 붉은 심장을 드러내 보였다. 허물어져 가는 격자 울타리와 칙칙한 아치형 기둥엔 연노랑 레몬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레몬들도 아주 눈부신 햇살을 받아서 한결 빛깔이 짙어 보였다. 목련은 아주 크고 둥글며 마치 상아를 겹쳐놓은 듯한 꽃을 활짝 피웠고, 달콤하면서 짙은 향기로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p160)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을 맛깔스럽게 번역 해놓은 번역가의 필력이 상당한것 같다. 가끔 번역이 안 좋아서 글이 안 읽혀 질때가 많은데 이런 문학적인 표현 뿐만이 아니라 대화체에서도 말의 어미를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바꾸어가며 사용해 딱딱하지도 않으면서 편하게 넘어가도록 표현해놓았다.
책 앞에 곁들여진 삽화를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 그려진 삽화가 아니라 이 책이 출간될 당시의 찰스 로빈슨의 그림이라 그 시대의 화풍도 알수 있을 뿐더러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모습을 알수 있어 더 좋다.
<행복한 왕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그린이 찰스 로빈슨
어릴 때 읽었던 동화나 그림책 중에 지금까지 머리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그중에 하나가 <행복한 왕자>이다.
살아 있을 때는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이 편안한 삶을 누렸던 왕자. 그래서 그 겉모습도 아름답고 편안해 보였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을 동상으로 세우고, 순금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두 눈에는 바다보다 푸른 사파이어를 허리에 찬 칼자루에는 붉은 루비를 박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저렿게 아름답고 행복한 왕자가 있다니… 라며 감탄하며 지나간다.
그러나 행복한 왕자의 마음의 슬픔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높은 위치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지켜보아야만 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제비 한마리가 날아들어온다.
갈대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그만 이집트로 날아갈 기회를 놓친 제비이다. (이부분은 어릴때 읽었던 기억이 없다.^^)
서둘러 남쪽으로 날아가던 중 행복한 왕자의 동상 발치에서 하룻밤을 청한다.
그러나 세상의 어려운 이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왕자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어 하루하루 지나다가 그만 죽어버리고 만다.
황자도 자신의 몸을 둘러싼 아름다운 보석과 순금을 가난한이들에게 나누어주고는 볼품없는 모습으로 남게된다.
사람들은 흉물스러워진 동상을 더이상 행복해보이지 않는다며 뜨거운 불에 던져버린다.
그러나 납으로 만든 그의 심장은 불타지 않고 남아 제비의 차가운 몸과 함께 버려진다.
천사는 납으로 만든 심장과 죽은 제비를 하느님께 갖다 드린다.
“저 도시에서 가장 귀한 것 두가지를 아주 잘 골라왔구나. 이 작은새는 영원히 천국의 정원에서 노래할 것이다. 그리고 행복한 왕자는 이곳의 황금도시에서 나를 찬미하며 지낼것이다.”
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은 누구나 진짜 행복한 왕자는 어떤 모습일까를 물어보지 않아도 대답할 수 있다.
특별한 교훈을 머리속에 주입시키지 않아도 그저 읽기만 함으로서 아이들에게 마음을 전해줄수 있는 따뜻한 동화이기 때문이다.
비룡소 클래식 시리즈의 서른다섯번째 책인 <행복한 왕자>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아름다운 동화 아홉편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어릴때 읽었던것들도 있고, 처음 보는 생소한 것들도 있다.
<자기 밖에 모르는 거인>도 즐겨 읽었던 동화였다. 요즘 그림책으로도 나온것으로 안다.
다만 내 기억속에는 거인이 아이들과 행복하게 정원에서 노는것이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거인의 죽음이 끝장면인것을 여기에서 알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열게 한 작은 아이가 예수님의 형상이었다는 것도…
아마도 작가의 기본적 종교배경이 책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 같다. 그래서 그림책에서는 종교성을 배제하기위해 뒷부분을 생략했었고…
하지만 이렇게 완전한 원작을 읽어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작가의 생각을 가장 잘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린이책이기는 하지만 조금 나이가 들은 아이들도 읽으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또는 나처럼 어른이 읽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 예로 <아낌없이 주는 친구>를 예로 들수 있다.
이 이야기는 한수라는 착한 사람과 그의 착함을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이용하는 방앗간 주인이 나온다. 말로 한스를 이리저리 잘 구슬려 결국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정말 좋은 친구라고 입발림을 하곤 한다.
우린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한스가 복을 받고 방앗간 주인은 벌을 받을 거야 라고 기대하지만 책 내용은 그만 한스가 죽는것으로 끝나고 만다.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의 교훈이 남아있지 않기에 아이들은 이 동화를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른들은 세상은 그건거야… 라며 자조하게 될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동화가 많은 것도 이 책의 특성이라고 볼수 있다.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세상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야기도 많다.
<남다른 로켓폭죽> <나이팅게일과 장미> <어린 왕> <공주의 생일> <별아이> 모두 조금씩 내용은 틀리지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현상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형식을 띄고 있다. 그래서 아주 쉽지만은 않은 동화라고나 할까?
특히 <어부와 영혼>은 내용이 심오한 편이다.
이 책의 특징중 하나는 표현이 상당히 아름답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나 청소년 책들은 사건전개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표현이 상당히 아름답다.
자주빛 나비들이 금가루를 묻힌 날개를 파닥거리며 꽃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작은 도마뱀은 벽 틈으로 기어나와 잠자코 엎드려 하얗게 반짝이는 햇볕을 쬐었다. 석류는 태양열에 금이가고 쪼개져 피를 흘리는 붉은 심장을 드러내 보였다. 허물어져 가는 격자 울타리와 칙칙한 아치형 기둥엔 연노랑 레몬이 잔뜩 매달려 있었다. 레몬들도 아주 눈부신 햇살을 받아서 한결 빛깔이 짙어 보였다. 목련은 아주 크고 둥글며 마치 상아를 겹쳐놓은 듯한 꽃을 활짝 피웠고, 달콤하면서 짙은 향기로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p160)
이런 아름다운 문장들을 맛깔스럽게 번역 해놓은 번역가의 필력이 상당한것 같다. 가끔 번역이 안 좋아서 글이 안 읽혀 질때가 많은데 이런 문학적인 표현 뿐만이 아니라 대화체에서도 말의 어미를 자연스럽게 이것저것 바꾸어가며 사용해 딱딱하지도 않으면서 편하게 넘어가도록 표현해놓았다.
책 앞에 곁들여진 삽화를 들여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최근에 그려진 삽화가 아니라 이 책이 출간될 당시의 찰스 로빈슨의 그림이라 그 시대의 화풍도 알수 있을 뿐더러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모습을 알수 있어 더 좋다.
<행복한 왕자>를 재미있게 읽었던 모든 아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