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모험들을 경험한 허풍선이 남작, 아니 뮌히하우젠 남작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 비룡소 클래식의 34번째 책인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에서도 뮌히하우젠 남작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우선, 이 책의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뮌히하우젠 남작과 그의 친구들인 안토니우스, 엥겔베르트, 그리고 지크볼트이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스스로를 ‘자신은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린 유명한 사람’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특이한 사람이다. 책은 뮌히하우젠 남작이 세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옮겨 적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어체로 써 있어 더욱 친근한 느낌을 준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모두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인데, 예를 들어 그가 미친개를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보자. 뮌히하우젠 남작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미친개 한 마리를 만났다고 한다. 자신을 쫓아오는 개를 보자, 남작은 묵고 있던 여관에 올 때까지 ‘발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도망쳤다. 겨우 여관 앞에 도착해서도 개를 떨쳐 버리지 못하자, 남작은 자신이 아끼던 외투를 버려두고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개가 사라지자 다시 외투를 들고 왔는데, 자신의 외투가 귀신이라도 씐 듯 방 안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며 춤을 추고 있더란다. 그 이유는 바로 미친개에게 물려 광견병에 걸렸기 때문. 결국 뮌히하우젠 남작이 외투를 총으로 쏘아 소동이 마무리되었다.
이 이야기만 봐도 뮌히하우젠 남작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이야기만 하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누가 봐도 믿지 않을 이야기를 하면서 정작 남작 본인은 자신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정직하기’ 때문에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무척 애쓰고’ 있으며, ‘한 마디도 빼거나 보태지 않고, 이야기를 부풀리지도’ 않으면서 이야기를 해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남작의 태도도 읽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의 반응도 볼 만 하다. 한 가지라도 꼬투리를 잡으려 노력하는 안토니우스는 언제나 그 일에 실패하고 남작의 이야기의 진실성에 감탄한다. 엥겔베르트는 모험 도중 뮌히하우젠 남작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지크볼트 역시 남작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으며 재미있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작과 친구들의 태도를 살펴보는 것, 이것 역시 이 책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이다.
사실 뮌히하우젠 남작은 18세기 독일에서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해서 친구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전해진다.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멀리서 이야기를 들으러 그를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를 책으로 펴낸 사람은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라는 사람인데, 그는 뮌히하우젠이 실제로 한 이야기, 다른 작가들의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꾸며낸 이야기를 섞어 출판했다고 한다. 당시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었고, 그 인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심각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때, 허풍선이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라도 고민을 잊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