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진 가을 날씨에 호들갑을 떨며
긴팔을 껴내어,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모모에게도 가을 점퍼를 입혔습니다.
그러니깐 꼭 1년전이지요,
지난해 8월 바이러스로 40도를 오르내렸던 그 열병이
올해도 어김없이 8월에 모모에게 잊지 않고 찾아와
악몽과도 같은 지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모모의 아픔에도 혹여나 생후3주된 신생아에게 옮을까 싶어,
접근 금지 조치를 취하고, 혼자 있지 않고 내내 붙어 있어야 하는 신생아 방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를 향해
문 밖에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하염없이 엄마~ 엄마~ 연신 읊어대다가
혼나고 쫒아내기를 반복합니다.
제 가슴도 타고,
모모는 서러움에 목이 메어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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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일주일만에 열이 내렸고, 지금은 기침과 콧물, 결막염으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의 특징이 결막염이 끝무렵의 증상이라고 하니
이 결막염조차 반가워해야하다니,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그저 무탈히 건강하게, 제발 아프지말고, 병원가지 말고 자랐으면 하는 것이
그저 소원입니다.
그러다가 모모에게 책선물이 도착했어요.
바로 냇가의 호랑이라 불리는,
<어흥 어흥 어름치야>
자연물 책에는 그닥 관심이 없는 녀석이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아했던 책.
가슴 아프지만 겸사겸사 생태그림책을 접하게 한다는 것만으로 위안으로 삼았던 고마운 책.
<어흥 어흥, 어름치야> 입니다.
<어흥 어흥, 어름치야> 책은 비룡소의 <물들숲 그림책 시리즈>의 다섯번째 책으로
드디어 선을 보였습니다.
식물(참나무는 좋다/ 호박이 넝쿨째)을 시작으로
곤층(알록달록 무당벌레야/ 거미가 줄을 타고)에 이어
우리 강산에 사는 물고기(어흥어흥 어름치야)로 나왔어요.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이 물고기가 바로 어름치입니다.
어름치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로,
얼음처럼 차갑고 맑은 1-2급수 물에서 살며, 몸에 알록달록 호랑이 무늬를 띄고
특이하게도 알탑을 쌓는 유일한 어종이리도 하답니다.
이책은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259호로 지정, 보호를 받고 있는
어름치의 한 생애를 다룬 생태그림책 입니다.
내 나라 내 강산에 사는 물고기라서 더 반갑고, 소중했던 생명을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맑은 물에 서식하는 어름치의 서식처를 한눈에 펼쳐 놓은 첫 장면.
이런 곳에 사는구나 하고 열마디 말이 필요없을 것 같습니다.
서식처의 바깥 풍경과 안쪽의 어름치의 모습에 생태 환경 인식하는데
100% 싱크로율을 보입니다.
또, 왼쪽의 수컷은 주둥이에 구슬돌기가 생겨있고,
오른쪽의 암컷은 불룩한 배가 있어, 암컷과 수컷의 구분이 충분히 가능해요.
달밝은 밤에 암컷이 물살이 느린 여울에 알터를 만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마전에 출산한 제겐 약간 남다른 느낌이 들더라구요.
저도 모두가 잠든 밤에 출산준비물을 챙기고, 가방도 쌓고 하면서
그 까만 밤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있어서요.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물고기도 그 마음이 정성스럽고 소중한 건가 싶습니다.
책의 중간에 중간에는 단어의 뜻을 세심하게 풀어내어, 사전을 찾지 않아도 되요.
또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과정별로 서식지와 함께 그려넣어
서식처 환경에서 점차 자라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어요.
또 이렇게 암컷과 수컷의 역할과 알터의 모습 등을 장면을 분할하여 넣음으로써,
보다 양쪽의 역할도 구분이 확실하게 갑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여름의 계곡이 초록으로 물들고, 울긋불긋 새끼 어름치들이 자라고 활동하는 모습이에요.
이 어름치들이 자라면 몸에 나 있는 무늬가 얼룩얼룩 호랑이 무늬처럼 점점 더 진해져서
호랑이 고기라고도 부른답니다.
참, 재미있지요?
책의 마지막 장에는 어름치에 대한 도감에서 볼 수 있는 정보가 정리되어 있고,
어름치의 특징인 돌탑을 쌓는 모양을 그림의 설명과 함께 그려져 있어요.
이 부분은 강과 계곡에서 자라는 물고기들의 서식처에서 돌맹이와 모래 속에
물고기들이 어떻게 서식하고 있는지, 다양한 물고기들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동식물이 나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에서
사람의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곤 합니다.
할머니가 엄마를 낳았고, 그 엄마가 딸을 낳고, 그 딸이 또 아기를 낳으면서 이어지는 사람의 역사.
그 중심엔 늘 엄마의 노심초사 모성애가 있었음을
물고기의 한 생애에서도 그걸 발견하는 것을 보면 저는 분명 엄마가 맞는 것 같습니다.
암컷 어름치가 알터를 만들고, 새끼 알을 보호하기 위해 쉼없이 돌맹이를 쌓아 돌탑을 만들고,
기력이 다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 한낱 물고기에게서도 연민과 동정의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물로 보면 도감이지만 생태 그림책으로 보면
그 애틋한 감성도 함께 묻어나게 한
<어흥어흥, 어름치> 였습니다.
저 너무 센치졌지요?
가을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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