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위한 동시는 참 오랫만에 읽는 것 같습니다.
국민학교때 국어시간에 국어책에 들어 있던 동시들을 참 재미있게 읽고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어른이 되니 동시는 잘 안접하게 되네요.
울 꼬맹이 국어책에 나오는 동시도 어쩌다 문제집 안에서 볼 정도인데..
동시집을 만나게 되니 새롭습니다.
지렁이 일기예보.
제목에서 보다시피 날씨에 관한 동시집이더라구요.
날씨와 관련있는 동물 중..지렁이
아이들이 징그럽게 볼 수도 있지만 비오는 날은 특히나 더 잘 보이니 동시집 제목으로 딱이다 싶네요.
40편의 동시가 계절 순으로 수록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딱 계절을 나누기도 힘든 동시도 있지만요.
비오는 날 물이 넘쳐나는 집에서 익사하지 않기 위해 밖으로 나온 지렁이를 표현한 꾸물꾸물 꼬물꼬물로 시작하여 눈사람이야기로 끝을 맺네요.
중간에 나온 열대야란 동시는 다의적으로 해석이 되어 재미있더라구요.
동시안에 선풍기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걸 선풍기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전 물 담은 대야는 어떤가 생각했어요.
열대야 (p 40-41)
유강희
한대야
두대야
세대야
네대야
다섯대야
여섯대야
일곱대야
여덟대야
아홉대야
열대야
선풍기가
덜덜덜덜
퍼내도
퍼내도
남는
열대야
무튼 재미있게 아이들 시각에서 날씨를 쓴 듯 해서 정말 기막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번개 치는 날에서는 번개 치는 날이 하느님이 지상의 사람들에게 아무 일 없는지 보려고 사진찍다 플래시터지는 것에 비유했고.
안개에서는 안개를 커다란 어항에 비유, 안개속 사람들은 물고기에 비유했어요.
지렁이의 눈물에서는 밖으로 나왔다가 해가 나도 길을 못찾아 햇빛에 말라 죽은 지렁이를 보며 비가 오지 않아 눈물 흘린다고 표현했구요.
중학교 1학년 비상교육의 국어 교과서 수록된 고드름붓(p 76-77)도 참 특이했어요.
고드름 모양으로 한글자씩 늘여서 쓴 점도 재미있었구요..ㅎㅎ
교과서에 실렸다니 더 흥미롭게 보게 되네요.
바람, 구름, 비, 무지개 등등 다양한 기상현상을 나타내는 것들을 소재로 이렇게 재미있는 동시집이 탄생했다는 게 재미있네요.
동시야 놀자 12번째 책 지렁이 일기예보.
우리나라의 사계절의 일기현상을 소재로 하여 더 뜻깊네요.
자연현상 특히나 기상현상으로 동시를 짓는다는 것이 참 참신하고 아이들로 하여금 천둥 번개도 무섭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효과가 있겠어요.
시에 그려진 그림도 참 아이들이 그린 것처럼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오랫만에 저는 아이가 된 듯한 시선과 감성에 젖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읽으면 자기 또래의 아이가 쓴 듯한 글로 받아들일 정도로 시도 그림도 아이들 감성에 딱 맞아 떨어지는 동시집입니다.
독후활동으로 아이만의 날씨 동시집 만들기를 해도 좋겠습니다.
날씨가 달라질 때마다 느낌을 간단한 시로 적고 그림도 그려서 모아놓았다가 아이만의 동시집을 만들면 새로운 지렁이 일기예보가 탄생하겠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