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그런지 바람과 햇살이 괜스레 마음을 흔들어놓고 갑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책을 읽으려니 괜히 목이 메어오고 코끝이, 가슴이 찡해지는가 하면 내내 무심했던 부모님이 그리워지기까지 합니다. 언젠가 만화로 되어진 책으로 만났던 그 감동이 하나도 다르지 않게 전해지는 TV동화소설 빨간자전거, 이 가을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 한권의 책을 강추합니다.
찌릉찌릉, 소리를 울리며 집배원을 태운 빨간 자전거가 이 마을을 달립니다. 편지를 배달할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사람들의 마음도 함께 배달합니다. 멀리 배를 타러 나가기 위해 보육원에 혼자 남겨진 아이의 주소없는 편지도 함께 배달하고, 손주를 위한 도시락도 대신 배달하고, 황혼에 첫사랑을 만난 할아버지의 꽃도 배달하고, 혼자 적적하게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말동무가 되어 드리기도 하고, 몰래 털신과 약을 가져다 놓는가 하면 종종 부부싸움을 하곤 하는 노부부의 싸움을 해결해주는 지혜를 살짝 알려주기도 합니다.
빨간 자전거 집배원은 편지만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아닌 적적한 시골마을에 그리움과 외로움이 쌓인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엄마 아빠를 떠나있는 아이들에게까지 그 마음을 위로해주는 수호천사 같은 존재입니다. 며느리가 내다 버린 할머니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그릇을 함께 찾는가 하면 구멍난 양말만 골라 신는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는 소년과 함께 그 순간을 공감하고 치매로 집을 잃은 할머니도 함께 찾으러 다니고 아빠 얼굴 잃어버릴까봐 외우고 있는 아이에게 아빠 또한 자신의 얼굴을 외우고 있을거라 위로해주고 할아버지를 도와 할머니를 위한 밥상을 준비하기도 하면서 서로 서로 엇갈리는 가족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수호 천사 같기만 합니다.
언젠가 시골에 홀로 살고 계시는 집엘 간적이 있습니다. 다 허물어져 가는 그런 집에서 얼마나 적적하고 외로우실까 괜히 죄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할머니의 뿌리는 그곳에 내려져 자식들이 가지가지 뻗어 잘 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또 아이들 어릴적과 할아버지의 추억이 가득한 그 허름한 공간이 가장 소중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각자 살길을 찾아 떠난 자식과 먼저 떠난 남편이나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쌓이는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움이 너무 너무 많이 쌓여 병이 되기전에 다른누가 아닌 내가 빨간 집배원아저씨가 되어 한번씩 찾아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