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정지 화면으로 캡처해놓고 보면 기적 아닌 것이 없다. 태어난 일부터 자라서 어른이 되어 내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이 실은 정교한 삶의 시간들이 제각각 작용해서 만들어진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말이다.
비룡소에서 청소년도서로 나온 이 책도 그런 상상에서 시작 되었다. 제목처럼 현생 인류인 우리는 어떻게 해서 이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그 답을 찾아보고 있다.
저자는 열두 가지 우연들이 겹쳐 현재가 탄생되었다고 보며 그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정리한 내용이다.
1. 인류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주가 생겨나야 하는데 우주에 자연상수(중력, 전자기력 등 우주의 다양한 고유값)가 알맞게 정해졌다.
2. 태양의 크기가 적당해서 태양계가 생겨났다.
3.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알맞다.
4. 태양계에 두 개의 거대 행성인 목성과 토성이 있어서 지구에 거대 운석이 떨어 지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5. 달의 존재도 지구의 행운이다.
6. 지구의 크기도 인류가 살아가기 적당하다.
7.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스며들면서 서서히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 다.
8. 지구 자기가 존재해서 태양광 같은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
9. 오존층이 생물체를 지켜준다.
10. 기체, 액체, 고체 상태의 물이 함께 공존하면서 생명체를 탄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
11. 지구의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생긴 여러 번의 생물체의 멸종을 통해 인류가 탄생되었다.
12. 1만 년 전부터 유지되어 온 기후 역시 현재를 있게 했다.
이렇게 열두 가지 우연이 겹쳐서 현생 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누리면서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과정에서 우주와 지구의 탄생, 달의 의미, 태양계에 대한 정리, 그리고 지구의 역사를 시기별로 정리해주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맨 마지막에 있었다. 저자가 지구의 역사를 우주기원부터 현재까지 정리한 이유는 우리의 현재를 미래로 진행시키고자하는 의도가 있었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웠을 갖은 우연들로 인해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변화를 겪을 것이다. 언젠가는 태양이 빛을 잃을 것이고 그 전에 지구의 인류는 마지막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러기 전에 수십억 년의 변화를 거쳐 탄생한 지금의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서 인류를 지켜가자는 것이다. 지구가 태양이나 그밖의 요인으로 인해 위험에 초래하기 전에 인류 스스로가 만든 위험 요소부터 걷어내자고 말한다. 그것은 핵전쟁이거나 신형 바이러스의 출몰 혹은 환경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끝을 모르고 발전하는 로봇 산업이 될 수도 있고, 거대 운석과의 충동일 수도 있다. 우리가 아무 것도 모른 채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토록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시간들인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우주와 인류의 탄생 등의 과학 지식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 부분에서는 우리가 해야 할 생각과 행동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므로 인문도서에 가깝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은 많은 칼라화보를 곁들여 이해를 쉽게 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진행되는 책의 내용이 마뜩치 않았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를 읽으면서 과학지식보다는 우리가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이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없는 시간들이고 오직 현재만이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모든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 흑인이라고 알게 해주는 것, 이것을 통해 인종 간의 차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저자가 과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