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바람처럼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가 생각났어요.
열세살 소년 해풍이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누나와 살고 있는 해풍이는 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남만인들의 배에 몰래 숨어 타게 된답니다.
어린 소년이지만 가족을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아버지를 찾아야겠다는 신념이 그를 바다로 이끈 것 같아요.
여수 앞바다에 살고 있는 해풍이의 아버지는 뱃사람으로 작은 배로 바다 멀리까지 나가 철마다 많은 고기를 잡았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해풍이네가 넉넉하게 살았던 건 아니였어요.
빚을 갚고 나면 입에 풀칠을 할 정도였어요.
섬사람들의 생활이 어떤지 보여주는 대목이지요.
그런 해풍이 아버지에게 큰 배를 갖는 것이 꿈이었고 마을에 있는 김씨로부터 돈을 빌려 아버지의 꿈을 이루었어요.
아버지의 꿈을 이루었지만 큰 폭풍으로 해풍이 아버지의 모습은 더 이상 볼수가 없었답니다.
폭풍이 지난 후 해풍이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으셨어요.
처음엔 하루 이틀 늦어지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풍이 아버지의 존재는 잊혀져 갔답니다.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잠시 그 다음에 찾아온 고통은 배고픔이었어요.
아버지가 고기를 잡아 근근히 먹고 살던 해풍이네는 아버지 자리를 어머니가 대신했어요.
꼬막과 바지락을 캐서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고 거기다가 아버지가 배를 사면서 빌린 빚독촉에 시달려야 했어요.
결국 돈을 빌려 준 김씨는 해풍이 누나 해순이를 김씨에게 보내라고 하게 되지요.
아버지뻘 되는 사람한테 누나를 보내야 하는 해풍이와 어머니 입장에서는 애가 탑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진 빚을 안갚을 수는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해풍이네 가족을 보고 있자니 저 역시도 애가 타더라구요.
해풍이네 마을에는 빨간 털이라 불리는 남만인들이 살고 있어요.
그들은 십삼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배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가다고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난파했는데
스물 두명의 난만인들은 흉년 때문에 여수와 순천, 남원에 나뉘어 살게 되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풍이네 마을에도 남만인들이 살게 되었어요.
해풍이네 어머니 도실댁이 발이 삐끗하여 어머니를 부축해 온 해풍이는 엉뚱한 오해를 하게 되어
남만인에게 돌을 던지게 되고 하멜이 쓰러지게 되는데 그 일을 사과하러 갔다가
열두살이나 많은 작은 대수와 친구가 된답니다.
남만인들은 홀란드인이었는데 저는 홀란드라는 곳이 네덜란드를 뜻하는 말인지 몰랐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조국을 네덜란드라고 하기보단 홀란드라고 한다고 해요.
항구가 있는 나라라면 세계 어디라도 홀란드의 배가 간다며 자신의 조국을 자랑하는 홀란드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곳은 살기 좋은 곳이 틀림 없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홀란드인들처럼 코리아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사나 모르겠어요.
수백 명이 타는 커다란 배가 수천 척 있고, 구운 벽돌로 지어 이삼 층이 넘는 집들이 늘어섰고,
시청이나 극장, 교회 건물은 언덕만큼 높으며, 흉년이 들어도 굶지 않고,
은행에는 금과 은, 보석이 쌓여 있고, 나라 곳곳에 국제 항구가 있어
날마다 배 수십 척이 긴 항해에서 돌아와 세계 곳곳의 보물을 내려놓는 나라. <본문 p. 51 ~ 52 일부 발췌>
말만 들어도 꿈만 같은 나라지요.
특히 흉년이 들어도 굶지 않는다는 그말은 해풍이는 솔깃했을지도 몰라요.
해풍이네는 아버지가 안계신 이후로 얼어죽는 것보다 굶어죽는 것이 더 싫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작은 대수는 솜 장사를 해야 한다면서 큰 배를 사고 싶다는 말을 해풍이에게 하게 되고
마침 해풍이는 김씨 아저씨가 돈을 빌려가서 갚지 못한 최씨 아저씨의 배를 뺏어오겠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배를 사게 해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해풍이는 남만인에게 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중간에서 엄한 놈이 나타나 배 거래를 성사시키고 결국 해풍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답니다.
해풍이는 누나를 찾으러 갔다가 작은 대수와 누나가 특별한 사이란걸 알아 차리게 되고
누나의 부탁으로 손으로 짠 천을 작은 대수에게 전달하게 되는데
해순이가 팔려나가는 걸 막기 위해 작은 대수는 홀란들인들이 어렵게 모은 돈을 항아리에 담아 주게 된답니다.
배를 구한 남만인들은 솜 장사를 한다는 핑계를 탈출을 시도하게 되고 해풍이는 그 배에 몰래 숨어들게 된다.
거친 파도 속에서 먹을 게 없어 생쌀을 먹어가며 도착한 일본에서 일본인들의 눈에 띄어 남만인들은 끌려가게 되고,
엉겹결에 도망치다가 넘어진 해풍이는 가까스로 몸을 숨기고 남만인들과 헤어지게 된답니다.
먹을 게 없어 먹을걸 찾아 헤매이던 해풍이는 낯선 일본땅에서 일본의 남쪽에 조선인들이 사는 도예촌을 찾게 되는데
그곳에서 일본인들 눈을 피해 숨어살면서 기리시딴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시점에 1권이 마무리 된답니다.
기리시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에 일본인들이 들이닥치게 되고 해풍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다음권이 무척이나 기다려집니다.
올해의 예술상 수상작가인 김남중의 첫 해양 동화 <나는 바람이다>는 일공일삼 시리즈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볼 수 있는 책이에요.
세상을 읽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으로 초등 논술의 밑거름이 되며
17세기의 바다 세상 하멜과 함께 떠나는 조선 소년 해풍이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어요.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분명 해풍이가 남만인들 배에 몰래 탔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해풍이의 존재가 보이지 않아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해풍이가 조금 뒤늦게 등장해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찾겠다는 해풍이의 굳은 의지가 대단하기도 해요.
홀로 남겨진 낯선 땅에서 어머니와 누나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권당 200페이지가 되는 분량으로 2권으로 되어 있지만 흥미롭게 진행되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어요.
해양 동화를 처음 접해 본 나로써는 독특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스토리에 심취할 수 있었답니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라면, 특히 남자 아이라면 더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