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와 내 동생
만화가 남편 이우일 씨와 딸 은서와 3인 핵가족을 이루고 있는 작가 선현경은 <판다와 내 동생>에서도 3인 가족을 등장시켰습니다. 거실 액자 속 사진 이미지를 보면 책 속의 가족도 선현경 작가의 가족 만큼이나 단란하고도 가족여행을 자주 다니나 봅니다. 그림을 보다가 작가의 섬세한 감성이 느껴져서 미소가 지어졌네요.
처음 가보는 중국은 놀라운 곳이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큰 건축물들, 숱한 사람들, 그리고 최첨단 빌딩이 있는 베이징과 시골 정서의 후퉁의 공존, 거리의 빨간 등불과 티벳 자치구 사람들 거주지의 깃발 등, 선현경 작가는 중국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을 그림 속에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두었답니다.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정서, 중국의 풍물과 관습을 본문에 이야기로 녹여서 전해주고요. 예를 들어, 며칠에 걸쳐 대륙을 횡단하는 ‘만처’라는 기차 안에서 좌석 바닥으로 기어 내려가 다리를 쭉 뻗고 눕는 중국인이 있다든지, 금이 간 그릇을 음식점에서 내놓아도 되려 ‘복으로’ 생각하고 넘어간다든지는 까칠깔끔병 한국인에게는 독특하게 들렸지요.
자꾸 심통이 나네요. 골이 나고, 샘이 나서 꼬마 공주님의 입이 자꾸 나와요. 눈썹도 뒤집어 놓은 팔자 모양이 되었네요. 선현경 작가는 새로 태어난 동생에게 관심을 빼앗긴 꼬마의 마음을 한 장의 그림 속에 압축해놓았네요. 아기 침대에 몰려 있는 어른들의 발과 화가 나서 판더 책만 보고 있는 꼬마의 표정을 보세요. 작가님의 전작 <이모의 결혼식>도 보이네요. 그것 보세요. 선현경 작가님 참 섬세하시다니까요.
드디어 대 반전의 하이라이트. 심통이 난 꼬마가 비닐봉지를 들고 아기침대 곁으로 갔어요. 무슨 일이 벌어질까봐 조마한 독자의 몇 십배는 놀랐을 엄마 아빠 외숙모, 외삼촌의 반응을 선현경 작가는 벗겨 나뒹구르는 실내화와 분홍 고무장갑으로 표현했네요.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은 커녕, 놀라운 웃음 소리가 들렸어요. 아가가 비닐 봉지 바스락 대는 소리에 ‘까르르, 까르르르르’하며 웃었거든요. 태어나서 처음 소리내서 웃은 거래요.
<판더와 내 동생>의 마지막 페이지는 온 가족이 총 출동한 커다란 그림만 등장한답니다. 판다네 가족과 소녀의 가족이 한 장에 다 담겨있어서 북적북적 화기애애 축제분위기로 마무리했네요. <판더와 내 동생>은 읽을 수록 따스한 정서가 느껴지네요. 아이들에게도 그런지 자꾸 꺼내보아요.
가을 볕이 좋아서 <판더와 내 동생>을 몇 차례나 야외에서 읽었네요. 표지의 알록달록하 연더러 계속 무지개라고 우기던 5세 꼬마는 급기야 붓을 가지고 나와서 채색하는 흉내를 내며 놀았어요.
함께 <판다와 내 동생>을 읽은 두 명의 1학년 친구들이 각각 판더를 그렸어요. 곰돌이 같아 보인다고, 야옹이 그린거 아니냐고 서로 놀리며 즐거운 시간을 갖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