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한 명쯤은 짓궂은 친구가 있다. 괜히 건드리고 괜히 시비를 걸고. 거기까지 하면 되겠구만 장난이 심하면 건드리는 강도가 세지고, 누가 뭐라 하면 장난이라고 웃고 선생님에게 말하면 이른다고 또 때리고. 요즘엔 학교폭력이 심해져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하고 학교홈페이지에 팝업창이 뜨고 아이들 학원에서도 한마디씩 한다. 아이가 갑자기 말이 없어지거나 몸에 멍이 들어있거나 하면 의심을 해보라고.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선생님보다 친구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만약 폭력이 먼저 떠오른다면 정말 안타깝다. 집에서 형제들끼리 싸워도 문제지만 그게 밖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정말 문제겠다 싶다.
어린이 인성교육을 위한 마인드 스쿨 두 번째 이야기.
Why? 책을 좋아하는 두 공주님은 마인드 스쿨을 받자마자 한 권씩 차지하고 휘리릭 읽는다. 자신감을 찾았다고 이미 자신감이 생겼다고 폭력은 나쁘다고 떠드는 두 공주님. 만약 글과 그림이 섞여있다면 제대로 봤을지 의심스럽지만 만화를 이용한 이 책은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미영님의 글과 그림은 귀여우면서도 강약이 적절하다)
기획의 글. 아이들에게 친숙한 만화라면 아이들이 직접 찾아 읽고 여러 현실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스스로 인성을 키우고, 부모님들의 인성 교육 걱정도 덜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천근아 소아정신과 교수
누나가 둘이 있어 여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나대기와 운동을 좋아하는 아빠 덕에 힘이 센 김강한이 있다. 강한이는 장난이라며 친구들과 레슬링을 하고 약한 아이들에게 싸움을 건다. 예쁜 아라와 친해지고 싶은데 대기가 자꾸 걸림돌이 되자 간신배라 놀리고 대놓고 대기를 괴롭힌다. 누가 뭐라고 하면 장난이라고 웃으면서 친한 척하고. 대기야 정말 힘들겠다. 게임기는 망가지고 강한에게 맞아서 몸이 멍투성이지만 엄마에겐 게임 하다 계단에서 굴렀다고 거짓말을 한다.
옛날엔 마술사였다는 보안관 할아버지는 바꿔치기 마술이 특기라고 말하자 대기는 뭐든 지 바꿀 수 있냐며 사람도 바꿀 수 있냐고 묻다가 농담이라고 말하고 잊는다. 그날 밤, 고릴라에게 쫓기는 꿈을 꾸는데 보안관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대기를 구해주고 사람 바꿔치기는 할아버지의 특기 중 특기라고 말한다.
짜잔~ 꿈이었구나 안심하는 대기와 강한이는 몸이 바뀐 사실에 경악을 하고 학교로 가는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다 대기 아니 강한이가 전화를 해서 학교 가는 길에 만난다. 보안관 할아버지를 찾지만 새로 온 보안관은 없다고 한다. 그럼 그 할아버지는 대체…
모습은 바뀌었지만 속은 그대로인 둘은 행동이 어색하다. 그래도 강한역하는 대기는 뻔뻔하게 굴지만 대기역 하는 강한은 속이 탄다. 게다가 친구들이 강한이가 무서워서 말하지 못한 걸 강한역 대기 앞에서 마구 말한다. 무식하게 힘만 세다, 힘 조절을 못한다, 성격도 포악하고 거칠다, 생긴대로야 등. 결정적으로 좋아하는 아라마저 너무 싫다! 고 말한다. 대기는 슬쩍 건드렸지만 강한이가 아프다고 하자 그 동안 자기는 얼마나 아팠는지 아냐며 잘못도 없는데 괴롭혔다며 퍽퍽. 강한이는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라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다시 뾰로롱~
친구들과 사이 좋게 지내겠다고 마음 먹은 강한이. 그러나 친구들의 냉담한 반응에 화가 나서 또 대기를 괴롭힌다. 장난이라고 말하는 강한, 장난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말하는 대기.
10월24일 둘이 서로 사과하고 화해하는 날로 정해진 날. 과연 강한은 대기에게 사과편지를 전해줄까?
해피엔딩으로 끝날 걸 알지만 강한과 대기 어머니의 멋진 만남은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한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따로 있지 않다는 ‘천근아 선생님의 토닥토닥 한마디’에 정말 심각할 수 있겠구나 싶다. 이곳에선 맞고 살았지만 저기선 맞지 않기 위해 병적인 방어를 하기 때문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몸이 서로 바뀌어 경험해보듯, 그 아이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라고 한다. 왠지 이 책을 가해자 학생이 볼 거라는 생각이 안 든다. 하지만 피해자 아이가 혹은 중간에 놓인 아이들이 본다면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관계를 알고 악순환이 생기지 않도록 혼자 끙끙대지 말고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한다. 폭력에 가담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에 놀랐지만 약자를 돕고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보라는 충고는 정말 고맙다.
아빠, 힘이 세지는 것도 좋지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뭐든지 그래, 뭐든지 좋게 쓰는 게 가장 중요하지. 힘은 최소한 나를 지킬 수 있으면 좋고 더 강해져서 약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으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