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도중 유난히 ‘으악, 헷갈려!’ 라고 외치게 되는 부분이나,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본 구절이 많았다. 책 자체가 지나치게 철학중심으로 구성된 것 은 아니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알쏭달쏭해하며 읽었는지 나 자신도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한 칸트의 말을 듣고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열무의 모습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열무가 칭하는 칸트란, 자신의 형 나무와 비밀에 쌓인 소장님이라고 볼 수 있다.열무의 형 나무는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르다.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몹시 과묵해지기도, 몹시 수다스러워지는 증세도 보인다. 또 규칙을 정해놓고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기도 한다. 작가가 내용면에 나무가 병을 가졌다는 투의 말이나, 나무의 병명을 드러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에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나무가 장애를 가졌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뿐 확신을 내릴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나무는 ‘아스파거 증후군’ 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병명이 워낙 낯설어서 희귀병인 줄 알았더니 아인슈타인, 베토벤,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여러 위인들이 이 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나무의 행동으로 짐작은 했을지 모르지만 타인과 소통이 조금 어렵고, 나만의 세계가 확고히 있는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사소한 병이라 병명을 밝혔더라도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을 텐데도 작가는 왜 병명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
내 생각엔 편견 없이 나무를 바라보길 바랬기 때문일 것 이라고 생각한다. 병명을 밝히면 사람들은 나무에 대해 ‘장애인’ 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볼 것이니까 그런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두 번째 칸트 소장님, 그는 모든 것이 비밀에 쌓인 사람이였다. 왜 집에 창문이 없는지, 늘 왜 혼자인 것인지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을 정도였다. 소나무 , 소열무가 손을 잡고 어두컴컴한 그 집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는. 칸트는 자기가 자만심과 이기심에 가득차 지었던 집에서 죽었던 아들을 생각하며 자신의 집에서 세월을 벌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를 찾아온 나무, 열무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에게 자신만의 집을 짓게 하고, 여러 가지 조언도 해준다. 겉으로 보기만 하면 딱딱하기만 한 소장님이지만, 그것이 바로 소장님의 애정표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죽기전까지 아이들에게 선물을 만들다가 간 소장님. 이 책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헛되지 않고 의미있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것도 다시 보게 하고 말 하나하나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 보인다.
두명의 칸트에게 단단히 배워가는 뜻 깊은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