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동화에 대한 생각, 키키의 빨강 팬티 노랑 팬티 by 비룡소
요즈음은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스토리텔링 수학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더군요.
(특히 저학년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TV나 잡지에 나오는
스토리텔링 수학 학습지 광고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피식 나오고 맙니다.
아이가 울고 있네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그 옆에는 멘트가 있네요.
스토리텔링형 수학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내 아이가 당할 고통은 엄청 날 것이다.
라는 뉘앙스의 멘트가 말이지요.
엄마들 겁줘서 공포스럽게 만들고
그 심리를 이용하여 자기네들 책이나 문제집 팔아먹기 하려는
작전이 눈에 빤히 보여서 말이지요.
어쩜 그리 패턴이 변하지도 않는지.
(이번에 저희 반 공개수업 할 때,
광고에서 확대 과장된 부분 찾아 비판적으로 읽기를
주제로 했는데 그러고보니 아주 좋은 예시네요.)
스토리텔링형 수학 문제에 대비하지 않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듯.
실제 그 스토리텔링형 수학이라는 것의 근간은
결국 독서인데 무슨 학습지로 드릴을 시켜야 되는 마냥
학부모님들을 현혹시키는 꼴이라니.
우습기 그지 없습니다.
교육과정이 수십, 수백번 바뀌어도
결론은 독서를 통해 기반을 잘 닦아 놓은 학생들은
절대 불안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끼리 하는 이야기거든요.
결국은 모든 것이 독서로 귀결된다.라구요.
그렇다면 각종 수학동화를 읽히면 되겠구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단순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내가 너에게 수학동화를 두 질이나 구입해주었고,
너도 즐겁게 읽었는데 왜 수학 성적은 이모양이냐.
이런 식으로 애 잡지 마십시오.
수학은 문장을 읽고 해석하여
수학적 기호를 넣어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고
기본적인 연산을 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고
그 연산들을 해내는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며
기본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다른 쪽으로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솔직히 수학동화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어떤 책이든 다독과 정독으로
독서력을 키운 녀석들이라면
굳이 수학동화 찾아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형 수학입니다.
어거지로 수학적 상황을 만들어서
스토리라인 엉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일러스트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개나 주라는 식의
수학동화라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아무리 수학동화라고 해도
역시 그림책입니다.
그렇다면 그림에서 반드시 예술성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술적 소비자로서의 아이를 키우시고 싶다면)
그리고 줄거리도 탄탄해서 읽는 내내
그 자체로 즐거움이 느껴져야 합니다.
아직 율이가 수학동화를 읽을 나이는 아니라
자세히는 못 봤지만,
일부 유명하다는 수학동화 샘플북들을
몇 권 받아보니 가관이더군요.
저라면 그런 책 안 읽힙니다.
그 책 대신 그냥 ‘그림책’을 읽힐겁니다.
수학동화=스토리텔링형 수학이라 여기시지 않기 바랍니다.
수학동화를 구입해줬더니
아이가 정말 좋아한다.
그러면 얼마든지 사주십시오.
전집으로 넣어주셔도 좋습니다.
대신, 이거 사줬으니 너 수학성적 기대한다.
이러지는 마세요.
책은 그 자체로 즐거움이어야 하고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쳐 함께 하는 행복이어야 합니다.
(다소 추상적이라 생각하지만,
독서력을 길러주고 싶으시면 엄마가 마음을 편히 가지셔야 합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비룡소에서 받은 책은
스토리수학 시리즈 제 4권
‘키키의 빨강 팬티 노랑 팬티’입니다.
비룡소 연못지기로 활동 중이지만,
비판적인 초등교사 입장에서 본,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 나갑니다.
제목과 표지만 딱 봐도
수학 개념 중 ‘분류’를 다룬 것인가 싶습니다.
음, 그렇군요.
분류 개념을 위해 만든 스토리수학 시리즈 제 4권이네요.
읽어보시겠습니까.
자,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딱 읽고 나서,
아, 인위적이다. 이랬습니다.
애초에 수학 스토리북을 만든다는 것이 문제인가 싶습니다.
비룡소에서 이럴 정도면 다른 출판사는 볼 것 없다 싶었습니다.
너무 신랄한 비판인가요.
그냥 아이들이 ‘부디’ 재미있게 받아들여주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죠.
아이들이 재미없다고 던져버리면
그냥 부모도 아무리 재미있게 읽어주려고 해도
방법이 없는 스토리입니다.
문장이 대부분 이런 식이네요.
‘그래서 아까 네모 모양인 수건과 손수건만 골랐지.’
자, 픽처북, 그러니까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어색한 문장들이 가당키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학동화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본다면,
그래. 수학적 개념을 스토리에 입혀야 하니
어쩔 수 없겠다. 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작품성이 뛰어나다 평가할 수는 없겠지요.
수학동화 하나를 보면서 너무 과하게 바라는 것 아니야?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지!
라고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음. 그런데.
왜 책을 읽으면서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 하지요?
그래서 제가 서두에
수학이라는 목적성을 띠지 않은 그림책을 읽어주어도
스토리텔링형 수학에는 얼마든지 적응 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그림도, 줄거리도 모두 탁월한 ‘일반 그림책’을 읽으면
우리 아이가 수학을 못 할까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스토리텔링형 수학이란
탄탄한 줄거리를 지닌 책들을 읽음으로써
독해력이 길러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머릿속에서
수학적 조직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명한 색감과 분류라는 주제에 알맞은
적절한 일러스트는 인상적입니다.
흠, 그러나 이 정도 교구나 그림책은 많이 보시지 않았나요.
아이들 그림책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들이라면
흐음, 뭔가 새로울 것이 없네. 싶으실겁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부모님께 드리는 조언이 있고
간단한 놀이 활동이 실려있습니다.
버릴 내용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육아서 관심 있게 몇 권 읽은 부모라면,
특히 자녀 교육 관련 책을 읽은 부모라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수학에 대한 즐거움과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당연하죠.
유아 수학인데요.
아가들에게 연산을 드릴시키겠습니까,
재미도 없는데 앉혀놓고 어거지로 수학동화를 읽어주겠습니까.
아시다시피, 아가들은 흥미를 기반으로
열정을 갖는 존재입니다.
그 열정을 유심히 관찰했다가 부모가 관련 주제의
책과 교구 등을 구입해서 놀아주는 것이
유아 수학의 기본이 아닐까요.
(제가 유아 교육 전공자는 아니라서;;
그저 율이 키우며 느낀 부분을 적어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즐거움과 관심이 선행되어야겠지요.
어렵지 않은 말입니다.
이 책의 뒷부분의 코멘트를 통해
아주 생판 처음 알았고 나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시면
자녀 교육 관련 책을 5권 이상 정독하시길 권합니다.
(건방지죠. 그런데 일단 읽어보세요.
그 말이 그 말이고, 저 말이 그 말입니다. ㅎㅎ)
부록으로 직접 활동해볼 수 있는 스티커가 들어있어요.
수학적 개념인 ‘분류’라는 것을 가르치고자 하는 목적성을 띤 책이기에
작지만 이러한 활동 스티커판이 들어 있으면
아이가 즐거워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는 총 5권이 출간되었습니다.
*
위에서 할 말을 다 해버렸네요.
그것도 신랄하게,
매우 비판적으로.
(비룡소에서 싫어하시겠네요 ㅋㅋㅋㅋ)
결론은,
아이가 수학동화를 좋아하면
얼마든지 사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수학동화를 읽혀야만 스토리텔링형 수학에
강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다른 그림책들을 읽어도 독서력이 길러지며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형 수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닦아진다는 것.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어거지로 끼워 맞춰놓은 수학동화가 많으니
그런 것들은 걸러주시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