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찾아가는 따뜻한 이야기, 좀 별난 친구
(사노 요코 글, 그림 / 비룡소)
비룡소 연못지기 13기.
마지막 미션 책을 받았습니다.
연임에 도전해볼까 하였으나,
역시 주기적인 서평이라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므로
(물론 뽑아준다는 보장도 없지만 ㅋㅋㅋㅋ)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일본 작가 특유의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책.
좀 별난 친구입니다.
작가인 사노 요코는 독특한 발상을 토대로 한
그림책을 꾸준히 펴낸 분인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00만 번 산 고양이’를 쓴 분이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에게 고양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일본 작가들이 쓴 그림책을 읽노라면,
한국 사람들이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처럼이 아닌
조금은 독특한 동물로,
또는 동반자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 책도 고양이가 주인공입니다.
친구를 찾으러 떠나지만
결국 고양이가 찾은 친구는 늘 주변을 맴돌던,
내가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책입니다.
다소 철학적이기도 하고
그림책치고는 단어의 사용이 독특한데요.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그런데 그것은 뱀이었어요.고양이는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양 말했어요.“지금 내가 한 말 들었어?”“아니, 너는 ‘앗 밧줄이 있네.’그런 말 안 한걸.”“아, 다행이다. 그럼 잘 있어. 난 좀 바쁘거든.”고양이는 정말로 자신이 바쁜 것 같았어요.
대화가 오묘하면서도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아이들 수준에서 모른 척, 의뭉스럽게 답해줄 줄 아는 것이지요.
친구를 찾아 먼 길을 떠났지만,
아까 만난 뱀,
그러니까 무시하고 지나친 뱀 외에는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던 고양이.
잠시 나무에 기대 낮잠을 청합니다.
혼자 자는 낮잠이 어쩜 이리 쓸쓸한지.
작가는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의 색을 사용하여
친구를 찾는 고양이의 여정을 표현합니다.
그리 슬픈 이야기가 아니니
개인적으로는 톤이 좀 더 밝아도 좋겠다 싶지만,
일본 작가 특유의 감수성인가 하여
이해해보려 하였습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계속계속 친구를 찾으러 가는 고양이.
새초롬한 눈이 제법 아이다운 느낌입니다.
이런저런 일들을 마주하고,
고양이는 친구를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러한 고양이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한 뱀인데
이야기 초반부터 내내 친구로 받아들여지지 못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뱀이 우울해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저 꾸준히 고양이의 옆을 맴돌고
자신을 드러내며,
때로는 고양이에게 맞춰가기까지 합니다.
작가는 아이들이 친구를 사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인 묘사를 매우 탁월하게 해내었습니다.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으나,
읽으면서 자연스레 뱀의 심정과 고양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화입니다.
마지막 말.
은근슬쩍 뱀은 말합니다.
너희 집에 가고 싶다고,
너랑 친구하고 싶다고,
그런데 대놓고 말하기는 좀 어색하다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친구할 수 있지 않겠냐고, 하는
마음을 담아
“나는 굽지 않아도 돼.”라고 합니다.
친구 하자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네요.
이 문장 속에는
‘나는 너랑 친구가 될 수 있다면 구운 생선이든, 날 것이든 좋아.
참고로 나는 날 것을 더 좋아해. 뱀이니까.
내가 친구하자고 말 안해도 이렇게 그냥 데려가주면 안 될까?
내가 이렇게 조금씩 나에 대해 알려주고 있으니까 받아줄래?’
라는 뜻이 담겨 있는 듯합니다.
결국 고양이의 집에 함께 와서 둘은 식탁에 앉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할머니도 있는데요.
여기서 할머니는 고양이를 길러주는 주인입니다.
이 책은 시작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고양이 간에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이 되고,
친구 만들기라는 진지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종인 뱀도 스스럼 없이 받아들이는
따뜻한 분위기로 마무리가 됩니다.
맨 마지막은 글이 없이 생선 한 마리만 보이네요.
이것은 고양이와 뱀이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매개 역할을 하였기에
따로 페이지를 할애하여 인상적인 마무리를 짓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유치원 아이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참 좋을만하다는 생각이 든 책이었습니다.
친구와 관련한 아이들의 심리 묘사를
동물에 빗대어 자연스럽게 서술한 점이 돋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