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큼이나 ‘큰’ 책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만 큰 책은 아니었다. 그 안에 깊이 그리고 넓게 공들여 그려진 190여장의 그림들은 글자 한 줄 없이도 그 깊이와 넓이를 고스란히 전해주었다. ‘Big’을 넘어 ‘Great’라고 수식해도 좋겠다.
일곱 살 아들이 먼저 이 책을 들춰보았다. 일곱 살 답게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기 보다는 장면 장면을 꼼꼼히 살피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책장을 다 덮고 무섭다고 했던가 어렵다고 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비슷한 말을 했을 것이다. 아이 곁으로 다가가 함께 읽어주마 했더니 갈증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듯 바짝 내 곁으로 와서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림만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신기할 정도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와 그림을 더욱 꼼꼼히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이 한 권의 책으로 시간을 꽤 오래 보낼 수 있었다. 책을 읽고 난 이후 아이는 막연했던 것이 선명해진 듯 마구잡이로 이야기를 던졌다. 주로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반복한 내용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물고기의 경이로운 이야기에 대해 감탄한 것은 어쩌면 아이보다는 어른인 나였을 것이다. 사람들의 행위가 바람을 넘어 탐욕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리라. 아이는 그저 아이다웠다. 자기는 물 대신 불을 뿜는 물고기가 멋있겠다는 둥, 그 말에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라고 말하고는 이내 후회했다. 상상력을 제한시켜버렸다, 이 몹쓸 어른이! 다행히 아이는 또다른 상상을 했다.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을 언제든지 뿜어내는 물고기라면 좋겠다는 것이다. 장난감, 초콜렛, 기차 등등.
표지에서도 느껴질만큼 이 책의 분위기는 아이가 생각하는 것만큼 간단하지도 밝지도 않다. 꽤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어른이라면 아이가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묵직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그림책의 주제와 별개로 일곱 살 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림을 꼼꼼히 보고 왜 이 사람들은 목욕을 하는지, 물고기가 점점 왜 커지는지, 동물들이 어떻게 배에 탈 수 있었는지, 그럼 소년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등등을 살펴보는 과정도 이 그림책이 줄 수 있는 큰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이 그림책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볼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점을 알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대하다. 이 물고기가 단순히 ‘Big’하지 않고 ‘Great’하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점일 것이다. 글자 한 자 없이도 고전에서 느낄 수 있는 반복해서 읽을 때의 기쁨을 맛볼 수 있어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일곱 살 아들이 꼽은 베스트 장면
추후에 아들과 함께 아들이 원하는 기술력(?)을 가진 물고기로 변신해볼 계획이다.
* 내가 꼽은 베스트 장면1
– 빅피쉬를 잡아오기 위해 젊은이들을 선발하고, 선발한 젊은이들을 출정시키기 위해 씻기고 먹이고 제를 지내는 모습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나오는데 사람들의 절박함과 진지함, 경건함을 잘 나타낸 것 같다. 그저 빅피쉬에게 도움만 받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 내가 꼽은 베스트 장면2
– 빅피쉬를 둘러싸고 인간과 동물들이 적대관계가 되는 장면들은 안타깝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그 조마조마한 사건이이 결국엔 일어나지만. 그림만으로 독자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하는 작가의 명성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