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쌍둥이는 너무 좋아
염혜원 글, 그림
<어젯밤에 뭐했니?>로 2009년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부문 우수상을, <야호! 오늘은 유치원 가는 날>로 2013년 에즈라 잭 키츠상을 수상한 염혜원 작가의 신작 <쌍둥이는 너무 좋아>을 읽어 보았어요~
5살 종호에게는 3살 위 쌍둥이 고종사촌 누나들이 있는터라, 이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엄마, 여기에 누나들이 그려져 있네~” 하면서 관심을 보였답니다!
저 역시 쌍둥이 조카들 덕분에 쌍둥이들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터라,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그 내용이 무척 기대가 되었어요!
종호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제가 먼저 읽어보았는데, 섬세한 그림과 함께 쌍둥이들의 내면상태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어서 ‘혹시 염혜원님도 쌍둥이인가?’하고 살펴보니, 첫페이지에 ‘쌍둥이 언니 미선과 우리의 어릴 적 추억을 위하여’라는 글이 적혀 있더라구요! ^^
그래서 이 책은 다 읽은 후, 구정에 시댁가져가서 쌍둥이 조카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생각 중이에요!
아무래도 외동으로 크고 있는 종호보다 쌍둥이 조카들이 더 감동하면서 읽을 수 있을 듯 하네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는 동양의 여백의 미를 떠올리게 할 만큼 넓은 하얀 바탕에 100% 같은 듯 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쌍둥이 자매를 양쪽 페이지에 배치시켜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요!
쌍둥이 자매의 생동감 넘치는 대화체 덕분에 읽는 내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가족이자, 사이좋은 친구이자, 가장 만만한 라이벌인 제 쌍둥이 조카들이 눈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친근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쌍둥이자매들이 뭐든 같이 썼다고 액자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시누네 놀러온 듯한 (그 집도 쌍둥이 자매라서 위에 있는 사진들이 다 있어요~ 이불 위에 나란히 누운 모습을 촬영한 것까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외동이라서 항상 독사진만 찍곤 하는 종호는 이런 사진들이 이해가 안되는지 왜 모든 사진에 둘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이야기의 중심 소재가 되는 이불은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색동이불이에요.
작가 소개란을 보니 염혜원 작가는 서양화과를 졸업했다는데, 본인의 추억이 담긴 이불을 그대로 표현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몇년전 유행한 ‘가장 전통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여~’라는 CF송이 문득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에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걸 공유하면서 지내온 쌍둥이들이 다섯살이 되면서 같이 덮던 이불이 작아지자 서로 갖겠다고 싸우면서 시작되요. 아직 서로에 대한 배려나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기엔 부족한 다섯살인지라, 엄마가 새 이불을 만들어준다고 할 때도 서로의 이불을 먼저 만들어 달라고 다투지요.
생각해보면 시누네 쌍둥이 조카들도 뭐든 똑같이 가져야 직성에 풀리는 탓에 선물을 준비할 때도, 간식을 담을 그릇을 하나 내줄 때도 항상 고민했던 것 같아요.
끝이 안 보이는 평행선이 될 것 같은 이불전쟁(?)은 쌍둥이들이 각자 원하는 천을 골라, 함께 선세탁을 하면서 엄마가 이불 만들어주길 기다리면서 슬기롭게 잘 해결을 해요.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색동이불을 똑같이 나누어서 새로 구입한 천에 덧대 만든 개성 만점 이불 덕분에 쌍둥이 자매들도 매우 만족해하네요.
저도 종호를 임신했을 때 아들의 첫 이부자리를 직접 천을 사다가 미싱으로 박아서 만들어줬거든요.
올해 다섯살이 된 종호 역시 어릴 때는 너무 커서 2-3번 접어서 사용하던 그 이불이 이젠 작아져 새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늦기 전에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런데 각자의 이불과 침대가 새로 생기면 잠이 아주 잘 올 줄 알았던 쌍둥이 자매들~
깊은 밤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뒤치럭 거리게 되요.
항상 함께 하던 쌍둥이 자매였던지라 내 것이 생겼지만, 기쁨도 잠시, 외로움과 무서움이 몰려왔거든요.
결국 손을 뻗어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편안하게 잠이 든 쌍둥이들이에요!
하나의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을 때처럼 잠버릇이 험악한(?) 쌍둥이들의 마지막 모습에 웃음이 피식 터져 나오네요.
사실 종호는 꼭 엄마 팔베개를 해야 잠이 드는 잠버릇을 가지고 있어서.. 늘 엄마 팔이 저릴 때까지 팔베개를 해주곤 해요. 새벽에도 깨면 주변을 더듬어서 엄마 몸을 꼭 붙잡고 자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종호는 쌍둥이자매가 두 손을 뻗어 손을 잡는 장면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지 “엄마, 나도 코~자게 손 잡아줘요!”하면서 손을 내밀더라구요.^^;
외동으로 커서 그런지 유달리 ‘내것’에 대한 집착이 큰 종호인지라 걱정이 많았는데..
그림책 부록에 실린 알고보면 더욱 재미난 그림책편을 보니 ‘~ 아이들은 ‘내것’과 ‘네 것’에 대해 알아가면서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걸 갖고 싶은 욕심이 생길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것은 자라면서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 중 하나랍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내 것이 소중한 만큼 네 것도 소중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거에요.~’라는 글이 있어서 조금씩 좋아질거야라는 믿음을 갖고 아이를 지켜봐주려구요.
:: 엄마표 책놀이 – 나만의 이불을 꾸며봐요! ::
원래 <쌍둥이는 너무 좋아> 표지에 나온 색동이불을 만들려고 색종이와 풀, 스케치북을 준비했는데..
종호는 자기가 덮을 이불에는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 이불이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파란색 싸인펜으로 바다라고 열심히 색칠(?)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종이나라 도형스티커를 붙여서 다양한 물고기들과 해양동물을 표현해줬어요.
검정색 싸인펜으로 눈을 그려줄까 물었더니 눈스티커를 붙여주고 싶다고 해서 원하는대로 하라고 했네요.
오늘의 주제는 ‘종호가 원하는 스타일의 나만의 이불 꾸미기’니깐요!
그리고 초록색과 분홍색 형광 색연필로 산호초라고 이리저리 그림도 그려줬어요~
똑같은 네모,세모,동그라미인데도 불구하고 붙이는 위치에 따라서 넙치도 되었다가, 청소놀래기도 되었다가, 오징어도 되었다가~~~ 다양한 해양동물을 표현할 수 있어요! ^^
아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참 웃었네요! 🙂
요즘 한글 낱글자 배우는 재미에 푹 빠진터라.. 자기가 만든 해양동물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써달라고 하더라구요.
워낙 해양동물을 좋아하는터라.. 스타게이저나 청소놀래기처럼 또래 친구들에겐 낯설은 해양동물도 만들었네요!
엄마는 한 손에는 카메라 들고, 한 손으로는 거꾸로 한글을 써주려니 글씨가 삐뚤빼뚤..ㅋ
아무래도 거꾸로 글씨 쓰는 연습도 좀 해야할 듯 싶어요.ㅠ.ㅜ
본인이 만든 이불이 너무 마음에 드는지 이걸 덮고 잔다고 하더니만, 겨우 허벅지부터 무릎까지 덮이는 길이라서 실망하곤 침대 위에 붙여 달라고 해서 붙여 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