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피쉬 – 상상의 힘, 글자없는 그림책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7 | 글, 그림 이기훈
연령 6~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4년 1월 3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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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에서 명품을 찾는다면, 이 책을 떠오를 듯해요. 190여개의 그림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고 있어요. 글없는 그림책인데.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역사와 이야기가 떠올라요.인류가 처음 만들어진 시기, 동물과 인간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만들어냈는지, 우리의 기원을 생각할 때 제일 먼저 짚어보게 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는 깊이있는 그림책입니다.

 

땅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어요. 사람들은 메말라 있고요. 인간은 인간인데, 지금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달라요. 뼈만 앙상한 듯하고, 해골만 남아있는 듯한 모양새가 섬뜩하지요. 그들은 당장 물이 필요해 보였어요. 그림을 처음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슨 뜻을 담고 있을까 한참 생각하게 되네요. 섬세한 그림속 의미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여러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 한 줄기 이야기를 찾게 되네요.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떤 것을 찾고 있는지, 서서히 알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물을 뿜어내는 물고기가 필요했어요. 그 물고기는 산에 살고 있나 봅니다. 산으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오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아 보였어요. 실패하면서 싸우고, 또 갈등하면서 투닥거리지요. 인간과 동물이 다투는 모습이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요. 그림에서 툭 튀어나와 당장 내 앞에서 싸움이 벌어질 듯하지요. 물고기는 과연 어떤 운명을 지닌 걸까요. 인간 세상에 필요한 물을 주기는 할까요.

 

뭔가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황이 멈추는 듯해요. 동물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인간들을 아웅다웅 하지요. 어떤 일이 벌어질 것도 같고..너무 고요해서 불안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물고기가 물을 마구 뿜어내기 시작해요. 그 양이 어마어마 해요. 세상을 온통 물로 덮을 것만 같았어요. 정말 그랬어요. 세상은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물속을 헤엄치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사람과 동물의 모습이 종종 보여요. 그들은 살아날 수 있을까요. 배에 올라 탄 인간과 동물들의 운명을 어떻게 달라질까요. 너무 궁금해지네요.

 

동물과 인간이 싸우는 장면, 인간들이 소리치는 모습, 불안함이 몰려오는 분위기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요. 마치 한 편의 웅장한 만화영화를 보는 듯했어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사람이 손으로 그린 게 맞을까..감동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그림을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그런 작가의 고민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림책이에요.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는 평범한 그림책이 아니고, 가끔씩 꺼내서 들여다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되는 독특한 책이네요.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게 보여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색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와요. 그러면서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져요. 가끔 이야기에 오해를 끼워넣기도 하지요. 다시 읽을 때 그 오해가 풀리기도 했고요. 스스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면서 읽어보는 그림책이라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없어요. 주제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아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듯하고요.

 

아이들의 생각이 궁금했어요. 처음에는 그림이 너무 어렵다고 하면서 빠르게 책장을 넘겨요. 그러다 어느 순간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붙잡는 순간, 그림책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어요. 다시 앞장을 넘겨보면서 이야기를 끼워 맞추기도 하고..가끔 엉뚱한 이야기도 했어요. 읽는 사람이 이야기를 만들면서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어떤 가능성도 활짝 열어두고 누구의 생각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그림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